추석 대목 마산어시장 '활기'…화마 덮친 청과시장은 '울상'
치솟는 물가에 시민들 "조금씩", "구색만" 장바구니 가벼워
화재 피해 상인들 "손님 없어"…"아파트 공동 주문 추진"
-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안 오른 물건이 없어요", "구색만 맞춰야 될 것 같아요"
추석을 엿새 앞둔 1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이날 시장은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추석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판매할 추석 성수품들을 손질·진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연신 호객을 하며 손님들을 불러 모았고 길을 멈춘 시민들과 흥정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치솟는 물가에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이날 시장은 찾은 정수연씨(41)는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저번 명절에도 음식 양을 줄였는데 올해도 조금만 사서 구색만 맞춰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을 들여다 보던 김세화씨(47)도 "안 오른 물건이 없다"며 "원래 제수용으로 쓰던 것보단 조금씩 작은 물건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돌문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제수용으로 쓰는 물건은 5~6만원이나 해 예전보다 값이 많이 올랐다"며 "가격이 부담되다 보니 손님들이 그 보다 작은 3만원짜리 문어들을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제수용 마른 민어조기는 1만 8000원에 팔렸다. 참민어와 참돔은 각 13000원, 400~500g의 명태포와 조기포는 7000원과 1만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상인들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면서도 "모든 품목이 물가가 오르다 보니 손님들이 구매하는 양은 적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산어시장 상인회는 지난 9일부터 해양수산부의 수산대전 상품권이 판매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상인회에 따르면 9일과 10일 이틀간 해당 상품권은 1억여원 가량이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전체가 손님으로 활기를 띤 마산어시장과는 달리 청과시장은 인적이 드문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추석 대목을 앞두고 화마가 덮친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은 창원시가 설치한 가림막이 곳곳에 쳐져 있었다.
그러나 불에 탄 잔해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시장에서는 탄내가 아직 코끝을 찔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산어시장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청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지난 6일부터 임시영업에 나선 피해 상인들은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한 상인은 "대목을 앞두고 들인 물건은 그날 화재로 타거나 탄 냄새가 나 모두 버렸다"며 "화재 이후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영업하다 보니 카드 단말기도 없이 이렇게 있다"고 말했다.
청과시장에서는 제수용 사과가 3개에 2만원, 배는 1개에 5000원에 팔렸다. 인적이 드문 시장에서 과일을 들여다 보던 한 시민은 "비싸다"며 혀를 내두르며 자리를 떴다.
천태문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청과시장은 화재 이후 손님이 줄어 많이 힘든 상황"이라며 "마산합포구와 함께 인근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와 협약을 맺고 공동 주문을 받는 방식으로 상인들을 도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점포가 있는 곳들이 개인 소유지이기에 아직 행정 절차가 남아 철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창원시 보건소와 함께 방역작업을 통해 해충이나 악취 등을 없애고 있고 철거가 시작되면 탄내 등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ms710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