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서 잇따른 들개 출몰…추석 연휴 동물 유기 '비상'

지난해 유기동물 5355건…명절 기간 30% 집중
전문가 "돌봄 중단 시기 대안책 있어야"

지난 1월 부산시민공원에 나타난 들개.(부신시설공단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사람이 버린 반려견이 산속에서 생활하며 야생성을 띤 들개로 변화·번식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부산 도심서도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동물 유기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동물 발생 건수는 5355건으로, 이중 약 30%(1556건)는 설이나 추석 명절(1~2월, 9~10월)에 집중됐으며, 20%(1106건)는 여름 휴가철(7~8월)에 발생했다.

올해 유기동물 발생 건수는 지난달 기준 총 3541건 접수됐으며, 48%(1697건)가 설 명절과 여름 휴가철에 나타났다. 다만 실수나 고의로 유기된 동물들 중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새로 입양되는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기동물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며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무리 지어 다니며 번식하면서 개체수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에서는 야생화된 유기견인 들개가 도심에 나타나 시민들을 공격하면서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6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 한 아파트 단지에 출몰한 들개 2마리가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60대 남성의 팔과 다리를 물었다. 이 사고로 남성은 팔에 상처를 입고 두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앞서 지난 1월 3일에는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20대 남성이 들개에게 얼굴을 물려 50바늘을 꿰매는 등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근 3년간 부산시 들개 포획 건수는 2021년 294마리→2022년 331마리→2023년 377마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들개 관련 소방 출동 사례도 올해 8월 기준 69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46건)을 넘어섰다.

부산시는 지난 7월까지 총 174마리 들개 신고를 접수했으며, 이중 92마리 포획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개물림 사고 이후 실시한 야생화된 유기견 현황조사 결과, 민원 다발지역 등에서 총 118마리의 들개가 확인됐으며, 이들에 대한 포획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기 동물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특정 기간에 집중한 한시적인 대책보다 체계적인 유기 방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 돌봄을 이어가기 힘들어지는 긴 연휴 유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지자체에서 돌봄쉼터를 운영하거나 위탁시설과 연계해 돌봄 중단 시기 견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유기동물의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중성화가 중요하다"며 "주택가에서 키우던 일명 '마당개'들이 도시개발에 따라 버려지고, 2개월 이상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서 야생성을 띤 들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개발 전 조사 단계에서부터 유기 방지·들개 예방 대책이 함께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