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은 내리고, 서점은 살리고…부산시 '행복한 책나눔' 사업 호응

[가심비 정책①]다 읽은 책 팔면 책값 50% 환불
독서 문화 확대, 재활용으로 탄소배출 저감 효과

편집자주 ...1억 원 안팎의 예산으로 시민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만족시키는 부산시의 정책들이 있다. 뉴스1은 취약계층과 위기의 소상공인들의 공동체 회복을 지원하며 예산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원책을 4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부산시 행복한 책나눔 사업 참여 서점 앞 전경(부산시청 제공)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골목서점 자생력 강화를 위해 부산시가 운영 중인 '행복한 책나눔' 사업이 눈길을 끈다. 독서 문화 확대와 자원 재활용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시는 시민에게 책 구매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서점에겐 고객 연결을 통한 매출 증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시민은 다 읽은 책을 가까운 서점에 가져가면 해당 책값의 50% 환불 쿠폰으로 돌려받아 다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시민이 판 책은 도서가 필요한 곳에 재기증된다.

시에 따르면 주로 기증된 책은 경제 서적과 베스트셀러 문학-비문학, 인기 아동도서 등이며 기증 연령층은 20대~50대로 다양하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시민 참여가 늘면서 2021년부터 4600만 원으로 예산을 늘려 운영됐으나 매년 사업 시작 2~3개월 만에 종료됐다. 올해도 1억 원(시비 7000만원, 기업 후원 3000만원)을 투입해 지난 4월부터 운영을 시작, 이달 초 예산은 모두 소진됐다.

사업에 참여한 서점은 2021년 25개에서 올해 42곳으로 늘었고 기증된 책 수는 2021년 6049권에서 지난해 9394권으로 증가했다. 총 도서 정가로는 약 1억3500만 원, 행복한 책 나눔 50% 환불 정책으로 교환된 책가격은 약 6500만 원으로 약 70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올해 기증 책은 1만5000여 권에 이를 것으로 시는 예상한다.

잔디밭 도서관 행사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부산시청 제공)

시는 기증된 책들을 활용해 올해 '잔디밭 도서관' 행사를 개최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35일간 진행된 행사에 총 2만4800여 명이 도서를 대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함께 온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참여 인원은 5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행사가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타 기관 4곳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문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 도서 1권 평균 가격은 1만8630원으로 2022년보다 4.3% 상승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로 10년 전(2013년 72.6%)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영세 소상공인의 제1호 '생계형 적합 업종'인 서점이 지난해 기준 총 184곳으로 201년(198곳)보다 14곳이 줄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고, 올해는 새롭게 향토기업까지 참여해 사업의 양과 질을 모두 확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0대 시민 정영란 씨는 "동네 서점에서 신작을 살펴보거나 책을 사는 일은 점점 옛일이 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참 좋은 정책인 것 같다"며 "주변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도록 홍보가 더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부산진구에 있는 책나눔 사업 참여 서점 관계자는 "서점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과거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면서도 "서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