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전 96% 경고신호 보여 "평소와 다른 모습 주목해야"

부산 온종합병원 세계 자살예방의 날 앞두고 캠페인 펼쳐
이수진 과장 "행동변화 위험 인지 중요 신호 적극 대처해야"

부산 온종합병원 세계 자살예방의 날 캠페인 홍보물.(온종합병원 제공)

(부산=뉴스1) 박민석 기자 = 오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부산 온종합병원이 자살 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다며 주변에서 평소와 다른 심리상태를 보이면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병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 사망자 유족 12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 사망자는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복합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주기별로는 34세 이하의 청년기는 구직에 따른 직업 스트레스 경험이 가장 높았다. 35~49세의 경우 직장 동료 관계, 사업 부진 및 실패, 부채 등 직업과 경제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가장 컸다.

50~64세의 경우 퇴직과 은퇴,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65세 이상 노년기에는 대인관계 단절,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건강 스트레스, 우울장애 비율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사망자의 96.6%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경우는 23.8%에 불과했다.

경고신호를 드러낸 시기를 분석했을 때 1개월 이내 사망의 경우 감정상태 변화(19.1%), 주변정리(14%) 순으로 경고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1년 전부터 경고신호를 드러낸 경우에는 수면상태 변화(26.2%)와 자살에 대한 언급(24.1%) 순으로 징후가 나타났다.

이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관계(62.9%), 신체건강(56.5%), 가족관계(52.2%) 등의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한 우울(20.0%), 임상적 불면증(33.1%), 복합 비탄(37.8%), 자살사고(思考, 56.3%)와 같은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의 72.7%는 고인의 자살사망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 이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와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이 사유가 가장 많았다.

이수진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과장은 “누군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우리는 대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내게 된다”며 “행여 주변에서 평소와 조금 다른 심리 상태를 보이면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동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주변 사람들이 자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이므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과장은 "유족은 애도 등을 통한 극복과정이 어려우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등 전문가의 상담 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살 사망자의 유족을 보살피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절실하다고 부언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