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84억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 재판서 '책임 전가'

부동산 컨설팅 업체 팀장, 지인과 공모해 오피스텔 매수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 ⓒ News1 DB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와 '동시 진행' 수법을 이용해 84억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이창민 부장판사)는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컨설팅 업체 팀장 A씨 등 전세사기 일당 3명(30대)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등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기자본 없이 대출금과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만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수영구와 금정구 소재 오피스텔을 구매해 임대차 보증금 84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임대차보증금을 매매대금보다 높게 설정해 임대차보증금 중 전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소위 '동시진행' 수법으로,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기 위해 건물 매수자로 지인인 B·C씨를 모집했다.

A씨의 제안에 따라 B씨는 오피스텔 47개 호실을 자기자본 없이 매입하고,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A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28회에 걸쳐 32억9450만원을 임차인들에게 받아 챙겼다.

이들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의 합계액보다 건물 매매가액이 적은 '깡통주택'이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데도 보증보험에 가입하겠다고 속여 세입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C씨 역시 같은 수법으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오피스텔 56개 호실을 매수하고, 총 40회에 걸쳐 51억8000만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1인당 평균 1억~1억4000만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이날 B·C씨에게 공모나 교사한 사실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으며, 사기 범행의 책임을 B·C씨에게 돌렸다.

반면 B씨와 C씨 측은 사실상 A씨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편 A씨가 일했던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서는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다수의 전세사기 사건이 파생됐다. 업체 대표 B씨도 최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무자본 갭투자 등 수법을 다수의 임대인들에게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