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화재 진압하라…높이 낮춘 '경형 펌프차' 투입

부산소방,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

소방대원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량 아래 상방방사 관창으로 물을 분사하고 질식소화덮개를 덮고 있다.2024.8.27/ 뉴스1 ⓒ News1 조아서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불이야!"

27일 오전 10시 1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에서 피어오른 연기를 목격한 주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화재 경보가 울린 뒤 단 5분만에 소방인력 70명과 차량 16대가 아파트 단지를 에워쌌다. 다만 일반 소방펌프차(높이 3m)는 지상에 배치됐다.

일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가 2.3~2.7m인 점을 고려해 소방펌프차 진입이 어려운 곳엔 차량 높이를 2.19m로 조정한 경형펌프차 1대가 투입됐다.

지상에서 투입된 선착대 소방 대원들은 발빠르게 주변 차량에 질식소화덮개를 덮었다. 화재 시 화염이 위로 향하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팩에서 방출되는 압력과 가연성 가스로 인해 수평 형태로 화염이 번지기 때문에 주변 차량을 제거해 화재 확산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후 대원들은 호스를 연결한 '상방방사 관창'을 화재 차량 밑에 설치한 뒤 질식소화덮개로 연기를 차단했다. 상방방사 관창은 전기차 화재 시 차량 하부로 다수의 분무형 노즐이 부착된 관창을 밀어 넣어 상방향 방수를 통해 배터리를 직접 냉각할 수 있는 장비로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인 장비다.

지하주차장 내 화재 차량 인근까지 접근한 경형펌프차에서는 700L 소방용수와 방화복, 상방방사관창, 공기호흡기 등 장비는 물론 소방관 2명이 투입돼 화재 진압 후발대로 나섰다.

소방대원이 초기진화 후 지하주차장 밖으로 견인되는 전기차에 지속적으로 물을 분사하고 있다.2024.8.27/ 뉴스1 ⓒ News1 조아서

초기진화 작업이 마무리되자 소방대원은 열 측정기로 차량의 온도를 확인했다. 온도가 10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열폭주 가능성이 제거되자 전기차는 밖으로 견인됐다.

이 과정에서 화재 차량 인근에 있던 소방대원은 경형펌프차에 연결한 호스에서 물대포를 방사하며 혹시 모를 재연소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따라붙었다.

넓은 야외로 옮겨진 전기차 주변으로는 순식간에 이동식 수조가 설치됐고, 소방대원들은 수조에는 배터리가 설치된 차량 하부 높이만큼 물을 채웠다.

예석민 부산소방재난본부 전술훈련조정관은 "이러한 완전 진화 과정은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은 일정한 물 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소방용수를 방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다량의 차량이 전소되고, 다수의 주민이 연기를 흡입한 사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효과적인 현장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실시됐다.

특히 이날 주요 장비로 사용된 경형펌프차 1대는 시범적으로 기존 높이(2.35m)를 2.19m로 하향 조정한 뒤 처음 현장에 투입됐다. 현재 부산에 경형펌프차가 총 10대가 있으며, 부산소방본부는 이날 훈련을 통해 경향펌프차 지하주차장 진입 및 활용 방안을 검토한 뒤 나머지 9대도 높이 조정을 할 예정이다.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소방시설 정상작동 여부와 방화문 관리 상태를 중점적으로 아파트 795단지에 대한 지하주차장 화재안전조사도 실시한다"며 "부산시와 함께 전기차 안전 종합대책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3m 높이의 일반 소방펌프차량(왼쪽)과 2.19m로 높이를 조정한 경형펌프차량.2024.8.27/ 뉴스1 ⓒ News1 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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