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강하다는 어종도 폐사…역대급 폭염에 어민 시름 깊어져
남해 양식장서 우럭·쥐치·멍게 등 1719만마리 폐사
- 강미영 기자
(경남=뉴스1) 강미영 기자 = "치고기(쥐치과)는 고수온에 강하다고 해서 보험도 들지 않았는데…."
2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한 선착장에 일출과 함께 폐사한 물고기를 실은 배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통영시청의 고수온 폐사 양식어류 수거는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어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어선들 갑판은 조피볼락(우럭)이나 쥐치, 농어 등 폐사한 물고기를 담은 대야들로 가득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째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대)는 "쥐치는 고수온에 강한 어종이라고 해서 고수온 보험을 들지 않았는데 큰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양식장에만 말쥐치 20만 마리, 3억 원어치가 폐사했다. 치어와 성어 가리지 않고 모두 전멸했다"며 "이를 원상 복구하려면 최소 1년 반은 걸릴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어민들도 올해 '고수온'이 심상치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어민은 "치고기는 여름 물고기인 돔처럼 고수온에 잘 견디는 어종이라고 해서 양식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통영·거제의 치고기 씨가 말랐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도에 따르면 26일 현재까지 통영·거제·남해·고성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는 1719만 마리다. 한대성 어종인 우럭이 1223만 9000마리(7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말쥐치가 298만 2000마리(17%)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말쥐치는 30도까지 견딜 수 있는 어종이지만 이례적으로 남해안의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출하를 앞둔 남해안 멍게도 바닷물이 '끓어오르면서' 대부분 녹아내린 상황이다.
저수온성 생물인 멍게 생육의 적정 수온은 10~16도이며, 최고 26도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어민은 올 여름 고수온이 예상되자 수온이 낮은 외해 어장으로 멍게를 옮겼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멍게수협 관계자는 "통영·거제 멍게 어장 683㏊에 수하 중인 멍게의 90%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양식어류 집계가 마무리되면 지자체와 협의 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벤자리와 참돔 등 고수온 대응 품종을 연구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어민들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더불어 고수온 보험 특약 적용 제외, 피해복구 지원금 상향 등 실질적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 우럭 어민은 "우럭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회전율이 높아 많은 어민이 양식 중"이라며 "어류 성장 기간과 소비자 수요, 수익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어종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해 연안에선 계속되는 폭염으로 9월 초까지 높은 수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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