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학병원 응급실 언제까지 버틸까…진료·수술·수용 '차질'
119 구급대원도 환자 이송 어려움 "울산·대구까지 병원 수배"
의료 현장 "응급실서 기본 처치해도 진료 의료진 없으면 막막"
- 박민석 기자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의대 정원 확대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경남지역 대형병원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응급환자 처치와 환자 이송을 맡는 119 구급대원들도 응급실 수용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양산부산대병원은 산부인과 응급(부인과), 복부응급수술(비외상) 등 7개과에서 의료진 부재로 진료나 일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응급실에서는 소아응급실, 정형외과 등 9개과에서 진료나 일부 수술이 불가능하고 중증 환자의 경우 이송 전 반드시 문의해달라고 메세지를 남겼다.
진주의 경상국립대병원은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의료진 부족으로 32주 미만의 산모가 수용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 응급(복부·흉부)은 의료진 부재로 진료 및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비인후과 등 3개과는 의료진 부족으로 주간에만 진료가 가능하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소아과(뇌전증 발작), 신경과, 정형외과 등의 환자 수용이 힘들다. 성인 응급내시경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진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창원병원 응급실은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 5개과가 진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아청소년과와 혈액종양내과도 일부 진료가 제한된다. 병원 응급실은 심정지 환자의 경우 이송 시 수용 여부를 꼭 확인하고 이송 바란다고 공지하고 있다.
도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필수 의료과는 전공의 이탈 이전부터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을 겪어왔다"며 "전문의 위주로 병원이 운영되다 보니 연차나 휴무 등 공백이 생기면 해당 과의 진료나 응급 대응이 힘들다"고 했다.
구급 현장에서 환자 이송에 나서는 119구급대원들도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소속의 한 구급대원은 "코로나19나 전공의 이탈 사태 이전에는 심정지나 중증외상환자의 경우에만 병원에 알렸고 나머지 응급환자는 현장 처치 후 병원으로 바로 이송했다"며 "지금은 현장으로 출동하는 구급차 안에서부터 병원을 수배하지만 대부분 의료진이 없어 환자 수용이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창원 안에서 이송이 끝났지만 요새는 창원 외 경남지역, 부산, 울산, 대구까지 병원을 수배한다"며 "병원에 제발 환자를 받아달라고 애원하면 그제서야 병원에서 기본 응급처치 후 타 병원으로 전원한다는 보호자 동의를 구급대원이 받아오면 수용을 해줄 수 있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창원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응급실에서 기본적인 처치를 해도 해당 진료과에 진료나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으면 막막하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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