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결별·헤어지잔 말에"…전 여친 직장 찾아가 흉기 난동

[사건의 재구성] ‘스토킹 혐의’ 경찰 조사 직후 전 여친 찾아가
살인 고의 부인, 심신미약 주장했으나…징역 15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너 없이는 못 살겠다"며 매달리던 그 남자는 보름 뒤 "널 없애겠다"며 흉기를 휘둘렀고, 그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2020년 7월쯤 30대 남녀 A 씨와 B 씨는 연인이 됐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 온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A 씨의 도박, 사채 문제로 다툼을 반복하던 둘은 결국 동거 한 달 만에 결별을 맞이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헤어진 이후 더욱 악화했다. A 씨는 같이 살았던 B 씨의 집에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B 씨가 보는 앞에서 "너 없으며 살 이유가 없다"며 자해했다.

계속되는 협박과 재결합 요구에 참다못한 B 씨는 결국 스토킹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A 씨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경찰 조사 당일 새로 구입한 흉기를 들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 근처에 흉기를 숨긴 A 씨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곧장 B 씨의 직장에 갔고, 순식간에 이곳은 참혹한 범죄현장이 돼버렸다.

A 씨는 살려달라는 B 씨의 외침에도 "니를 없앨까, 네 주변 사람을 없앨까"라고 말하며 준비한 두 개의 흉기로 A 씨를 위협했다. B 씨의 머리를 내리치며 둔기가 튕겨 나가자 A 씨는 다시금 날카로운 흉기를 꺼내 B 씨를 수차례 찔러댔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직장동료들이 이를 말리자 A 씨는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고, B 씨는 횡격막, 폐 등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돼 겨우 목숨을 건졌다. 또 A 씨를 제지하다 다친 직장 동료 1명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앓다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또 범행이 잔혹하고, 재범이 우려된다며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명령도 함께 내려달라고 했다.

반면 A 씨는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대화하기 위해 직장을 찾아간 것일 뿐, 살해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며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을 말리는 직장동료들에게 흉기를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B 씨가 올라갔지 않냐, 놔달라'고 말하는 등 B 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차례 제출한 반성문에서도 변명의 내용을 보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15년을 선고했다. 또 범죄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중간'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전자장치 부착 청구를 기각하고 보호관찰만 명령했다.

항소한 A 씨는 충동조절장애가 있다며 이번엔 심신미약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검찰과 A 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지난 3월 원심형이 확정됐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