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위기에 생존권 위협…누구도 이득 없는 택시월급제 해법 없나

"주 40시간 이상 근무 강제 입법 사례 전무"
국회 19일 의견 청취…노사 "월급제 폐지돼야"

부산 사상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차량이 늘어서 있다. 2022.7.18/뉴스1 ⓒ News1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택시월급제 전국 시행을 하루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인택시 노사 모두 '수혜자 없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월급제는 법인택시 운전자가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받는 제도로, 2019년 8월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됐다. 서울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나머지 시·도는 공포 뒤 5년 내 순차적 도입한다는 기준에 따라 20일부터 시행된다.

법인택시 회사 측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경영 악화를 부추기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시산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부산 지역 전체 95개 중 상당 수의 회사에서 매년 평균 10억~15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운전자들의 퇴직금 등을 정리할 돈이 없어 휴업이나 폐업도 하지 못한 채 늘어나는 빚만 안고 있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5시간을 일한 운전자가 10시간 일한 운전자와 같은 급여를 받게 되면서 '시간 때우기' 식 근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인택시 운전자들은 월급제가 일한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고, 주 40시간 이상 근무가 어려운 고령자나 파트타임 운전자의 경우 근로 계약 등 선택의 자유가 없는 구조이다 보니 수입감소와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기사 수급난 등 줄줄이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안정적 소득 확보와 과도한 경쟁에 따른 승차거부, 과속 등 예방을 위해 도입된 택시월급제가 정작 회사 경영 악화와 근무의욕 상실 등 여러 문제점을 낳으며 실패한 제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실제로 월급제의 맹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택시월급제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으나 오히려 기사 수는 매년 줄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월급제가 시행된 2021년부터 올해(6월)까지 서울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차례로 2만888명→2만599명→2만157명→2만52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1차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문진석 소위원장이 택시발전법, 운수사업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지난해 국토부 연구 용역 결과에서도 서울 외 전국 모든 지역에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이는 택시월급제 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기사 1명 당 월 평균 수익을 전국 특광역시 별로 보면 서울 500만 원, 부산 469만 원, 대구 438만 원, 대전 542만 원, 울산 465만 원이다.

이 중 기사 1명 당 매월 수익은 지난해 기준 평균 서울 509만 원, 부산 365만 원, 대구 329만 원, 대전 389만 원, 울산 353만 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택시기사 1명 당 100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

법인택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월급제 도입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70.9%에 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월급제 도입이 불가능한 이유로는 전체 4170명 중 1198명(28.6%)이 '운송수입금 부족'을 꼽았다.

택시회사 관계자들은 월급제 시행 시 현재 임금 대비 30% 이상의 인건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지역 택시회사의 경우 도시철도나 시내버스 등 교통체계가 잘 갖춰진 데다 급격한 인구 감소 현상으로 특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 업계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택시월급제 폐지와 시행 유예론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 국토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월급제 시행을 노사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오늘(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 심사소위에서 다뤄진다. 정부와 여당이 월급제 폐지 수준의 개정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법 개정 당시 입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측은 폐지보다는 시행 유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 택시회사 관계자는 "노사 합의로 정하도록 한 소정의 근로시간을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로 주 40시간 이상으로 강제하는 입법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일 전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숨 돌리는 셈이지만, 반대일 경우 예고된 문제들이 현실화하면서 결국엔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며 "법 시행에 따른 문제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택시월급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