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쑥대밭' 만든 '부산 건설사 비리' 파장 어디까지?

부산서 근무한 전현직 경찰 잇따라 구속기소
창업주 일가, 공적기관 사익 추구 도구로 악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지역 중견 건설사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촉발된 비위 사건이 1년째 검찰 수사 중이다. 최근 이들에게 건설 사업의 편의를 봐 준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수사 정보를 유출한 검·경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경남지역 경찰서장인 A 총경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울산경찰청 소속 B 총경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소속 C 경감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o' 건설사에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o' 건설사 창업주 아버지와 차남이 전직 경찰이자 브로커인 D 씨에게 장남에 대한 구속수사 등을 수사기관에 청탁하는 명목으로 3억1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o' 건설사 창업주와 차남이 반대 세력인 장남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고소·고발전을 벌이던 삼부자에 대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통해 탈세범행과 지역 금융기관 및 공무원 로비 정황 등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 조사 결과, 부산경남에 1만여 세대 아파트를 공급한 'o' 건설사는 세무당국의 세무조사, 지자체의 인허가 취득 등을 변호사, 세무사, 공무원들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브로커들에게 지급, 그들의 학연·근무 연을 이용해 전형적인 '지역 토착형' 부패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장남은 하도급 업체에 부풀린 공사비를 지급하고 이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82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으나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창업주와 차남도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창업주는 지난 3월 사망하면서 공소권이 종결됐다.

지난해 8월 삼부자의 업무상 횡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5월까지 삼부자와 함께 금융기관 임직원, 공무원, 변호사, 세무사 등 28여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7월엔 아파트 인허가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하고 창업주에게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전 양산시청 공무원(60대)이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현직 경찰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왔다. B 총경이 근무했던 부산 연제경찰서와 현 근무지인 울산경찰청은 물론, C 경감이 소속된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도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가담자를 색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달 초엔 창원지검 거창지청 수사관 E 씨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E 씨가 부산에 근무할 당시 수사 정보 등을 유출하고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