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보안 뚫렸다'…30대 러시아인 동료 여권으로 버젓이 입국
부산항 외국인 신원확인시스템 20곳 중 6곳뿐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최근 러시아 국적 30대 선원(이등 항해사) A 씨가 동료 선원(갑판원)의 여권과 상륙허가서를 도용해 항만 보안구역을 버젓이 빠져나온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부산항보안공사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사하구 감천항 7부두(한진해운 부두) 선석에 접안 중이던 러시아 국적 선박의 선원 A 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7시42분쯤 선박에서 내려 보안안내센터 정문을 통해 무단으로 이탈했다.
A 씨는 국내 체류 기간 만료로 상륙허가서 발급이 금지돼 배에서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동료 선원의 여권과 상륙허가서를 도용해 부두 검문·검색대를 통과했다.
A 씨는 당일 동구 텍사스촌에서 술을 마시다 소란을 일으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불법으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한 뒤 법무부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 통보했다.
당시 A 씨의 신원 확인했던 검문·검색대 담당자는 관련 절차대로 검문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A 씨가 무리 없이 부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신원 관리 시스템이 없었고, A 씨와 여권 대여자의 외모가 맨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7부두 보안안내센터 근무자는 "당시 선원명부·여권·상륙허가서 확인과 여권 사진과 실물 대조를 했으나 서류 등 도용 사실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A 씨와 여권 대여자의 실물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은 "A 씨와 여권 대여자는 2살 차이로 사진 대조 결과 이목구비, 두상, 머리카락 길이와 형태, 수염 형태 등이 비슷해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항만 보안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부 국가의 경우 여권에 최근 몇 년 내 사진을 붙여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는 데다 흑백사진을 허용하고 있어 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국제여객터미널을 제외한 모든 부두(20곳)에서 외국인 신분 확인 작업을 부산항보안공사 직원들이 하고 있다. 법무부 업무와 세관 업무까지 떠안아서 하는 셈이다.
공항의 경우 법무부 관계자가 상시 배치돼 모든 외국인 입·출국자의 정보 인증을 심사하고 있다.
지문 인식이나 여권 판독 등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부산항엔 부두 전체 20곳 중 6곳만 이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실상 항만 국경 보안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다. A 씨가 빠져나왔던 감천항 7부두에도 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부산항보안공사 측은 수년 전부터 외국인 입국 또는 등록 시 지문과 얼굴 인식 시스템이나 여권 판독기 등 설치를 법무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와 산하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이 항만 국경 보안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법무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 측은 여러 차례 질의에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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