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도 폭염 속 건설현장 가보니…"물·쿨토시 챙겨주는 여긴 좀 낫죠"
부산 건물 외부공사 현장…휴식공간 제공에 "일할 맛 난다"
"다른 현장선 물커녕 휴식 안 주는 곳도" 근로자 애로 토로
-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폭염경보가 3주가량 이어지고 있는 8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한 건설 현장. 기온 34도, 습도 63%의 환경에도 작업은 이어졌다.
이 현장에서는 건물 내부 공사가 끝나고 외부 조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바깥에서 잔디를 심기 위해 흙을 골라내고 있는 장비와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근로자들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 쿨 토시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부 근로자들은 시공사에서 제공한 쿨링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작업 도중 현장 바로 옆 컨테이너 안에 설치된 생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가거나 현장에 설치된 그늘막 아래에 앉아 안전모를 벗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작업자들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실내 휴식 공간으로 들어와 "이제 좀 살겠네"라고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오후 3시쯤 퇴근하는 근로자들은 퇴근 시간이 되자 미소를 지으며 짐을 챙겼다.
60대 남성 근로자 A씨는 "날이 덥고 습해서 힘든데 안전모 때문에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두 배는 덥게 느껴진다"며 "회사에서 물과 휴식 공간을 제공해주니 일 할 맛 난다"고 말했다.
생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던 40대 근로자 B씨는 "다들 냉장고에 생수가 채워지기 무섭게 가져가니 시원하게 마실 수가 없는 것이 참 아쉽다"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좋다"고 웃었다.
하청업체 근로자 오모씨(69)는 "여기가 근무환경이 매우 좋은 편"이라며 "다른 현장에서 일할 때는 물은커녕 휴식 시간도 안 주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 다른 현장에서 일할 때 동료 한 명이 너무 더워서 쓰러졌는데 회복하고 나니 회사에서 해고를 했더라"고 했다.
현장 시공자 관계자는 "지난달 온열질환에 대비해 근로자에게 쿨 토시와 마스크 등을 배부했다"며 "최근 부산 연제구에서 온열질환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폭염 안전 수칙인 물, 그늘, 휴식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부산 연제구 한 건설 현장에서 6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났다.
동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해당 근로자를 병원에 이송했지만 이송도중 숨졌다. 그는 숨지기 직전 체온이 40도에 달하며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등 동료의 부축을 받아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ilryo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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