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 웃도는 폭염과 싸우는 '농심'…"작업자 쓰러질까 걱정"

바깥 기온 31도일 때 시설하우스 내부는 35~36도
경남 온열질환 사망 6명 대부분 논밭일 하다 사고

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상남면 남산리의 한 시설 하우스 내부에서 측정한 온도가 35.6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4.8.7. ⓒ 뉴스1 박민석 기자

(밀양=뉴스1) 박민석 기자 = "농사도 문제지만 사람이 쓰러질까 걱정입니다"

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상남면 남산리. 시설 하우스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김성기 씨(57)는 함께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3주 차에 접어든 폭염특보 속 따가운 뙤약볕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자, 이날 상남면의 체감온도는 32도를 웃돌았다.

김 씨의 시설 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수 분 만에 이마와 턱 주변엔 땀방울이 비 오듯 했다. 함께 챙겨 간 온도계에선 하우스 내부 온도가 35~36도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남산리에서 측정된 기온은 31도로서 하우스 내부와 4~5도가량 차이가 났다.

하우스에선 김 씨와 캄보디아에서 온 계절근로자 2명이 연신 땀을 훔치며 미나리 수확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햇볕을 피하기 위한 정글모를 머리에 쓰고 소형 선풍기가 달린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김 씨는 "요즘엔 새벽 5시에 나와 일을 시작하고 10시 30분~11시쯤엔 작업을 멈춘다"며 "이후 3시간가량 휴식하고 오후부턴 실내 작업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의 경우 38~39도까지 최고 기온이 올라가기도 했다"며 "이렇게 온도가 높으면 작황도 좋지 않고 출하량도 봄·가을철 10박스를 작업하던 것을 5박스도 해내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인근 노지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와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작업자들이 뜨거운 볕에 쓰러질까 봐 신경이 쓰여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계한 도내 온열질환자 발생 수는 198명이다. 실외에서 157명, 실내에서 41명 발생했다. 실외 발생의 경우 작업장과 논밭이 각각 65명, 40명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올해 들어 도내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6명으로서 이달 3일 창녕의 한 도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70대 여성을 제외하면 모두 논밭에서 농사일하다 쓰러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폭염 기간엔 낮 시간대 야외작업을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자주 취하며 현기증, 구토, 근육경련 등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 요령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