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폭염경보 속 행복주택 신청자 대기하다 실신…항의 빗발

부산도시공사, 결국 추가 모집 접수 취소 "입장 밝힐 것"

4일 부산진구에 있는 부산도시공사 본사 정문에 행복주택 입주 신청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4.8.5.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오전 부산 행복주택 입주 신청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몇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한 시민이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장에서 선착순 신청으로 진행되는 탓에 시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었으나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임산부에 노약자들까지 뙤약볕에서 대책없이 기다리면서 부산도시공사의 부실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부산도시공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선착순으로 '경동 포레스트힐 행복주택 아미'(39 세대)와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 2단지'(23세대)에 대해 추가입주자 모집을 실시했다.

신청자들은 이날 오전 6시 전후부터 접수 장소인 공사 본사 정문 앞에서 대기했고,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공사가 준비했던 대기표 500개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이후 수천명이 도착한 순서대로 배부표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장 대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추첨 시 뽑을 표의 숫자가 모두 보이기도 했고, 표를 여러번 뽑거나 다시 줄서는 경우도 발생했다. 신청자 본인인지 확인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대기줄은 의미가 없어지고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찰이 배치되는가 하면 오랜시간 기다리던 한 시민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당시 체감온도는 34도를 웃돌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모집 대상은 무주택세대구성원인 신혼부부,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계층(대학생과 청년 계층은 무주택자)이었다. 월요일 오전 연차를 내거나 어렵게 시간을 낸 시민부터 노인과 임산부까지 헛걸음을 하게 되면서 현장에서는 이유도 모른 채 몇시간을 기다리면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항의가 쇄도했으나 공사 측은 안내나 대기줄 정리 조차도 이뤄지지 않는 등 민원 대응이 부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사는 지난달 29일부터 공사 1층에서 선착순 접수를 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8시 직후 이미 공사가 준비했던 대기표 500개가 소진됐다면 이후 대기하는 시민들을 돌려보내는 등의 조처를 통해 시민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지 않았어야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공사는 이날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접수를 취소하로 했다. 공사 측은 이날 오후 3시 재방문 할 것을 안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 게시판에는 이날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시민 위 모씨는 "일찍 도착한 사람들을 안에서 기다리게 해놓고,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먼저 배부하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선착순 모집의 의미를 완전히 무시하는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처리 방식"이라고 항의했다.

이어 "현장에 4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자 오후 3시에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평일에 사람들 전부 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이냐"고 비판했다.

시민 A씨는 "저같은 청년 비장애인도 오늘 같은 날씨에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고령자나 장애인 특별공급도 있었는데 약자에 대한 다른 접수 방식은 오늘 어디서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다"며 "현재 직원 절반 이상이 현장 사태에 대해 수습 중이며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