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공공기관 '감사'라는 자리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지난 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스1 DB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지난 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 = 공공기관 감사(監事)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흔히들 “편하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받는다. 아마도 감사라고 하면 ‘업무 집행에 별다른 책임이 없는 자리’라는 인식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감사 직책을 수행하면서 마주해 온 ‘부담감’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감사 업무는 ‘해당 기관에서 수행하는 모든 업무의 집행이 올바르고 적정하게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감사 업무의 개념과 범위가 확장되면서 과거의 업무 집행뿐만 아니라, 현재의 집행 과정과 미래의 비전까지도 일정 부분 관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는 전통적 방식의 감사에 머물지 않고, 감사를 통해 제도개선을 권고하고 향후 업무 처리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나아가 기관의 ‘경영에 보탬이 되는 감사’라는 새로운 감사 트렌드를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함께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의 자체감사를 수행하다보면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평소 성 비위, 갑질 등 명백한 비위 행위에 대하여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특히 소극행정에 대한 일벌백계도 강조하다 보니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잘못된 것을 경계하는 것은 감사의 기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되는 대목이다.

반면, 직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처리를 독려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두 축이 바로 ‘사전 컨설팅 감사’와 ‘적극행정 면책제도’이다. ‘사전 컨설팅 감사’는 잘못에 대한 단순 지적을 넘어, 업무의 비전과 방향까지 제시하는 감사 방식이고,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공익을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라면 사후 감사 시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이다.

필자가 취임 이후 이 두 축이 원활하게 작동되어 가계와 기업들이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Chat-GPT를 시작으로 촉발된 AI 열풍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큰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에 AI를 기반으로 한 감사기법 도입을 위해 단기·중기·장기 3단계로 구성된 ‘AI감사 로드맵’을 수립하여 작년 시범과제로 도입했었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등의 기술을 올해 감사과정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AI 감사기법의 도입은 감사실의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우리 기관은 올해 ‘AI감사 선도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사업무 전반에 AI 기법을 도입한 기관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이 기법이 업무 집행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감사로서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결실을 해 앞으로 “편하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 대신 “고생 많으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