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장학사 죽음' 관련 '반복 민원인' 학교장 경찰 고발(종합)
교육청, 악성민원 초기대응 시스템 구축…TF팀 꾸려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시교육청은 4일 교장공모제 미지정과 관련해 반복·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A중학교 교장을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민원에 시달리던 교육청 소속 B 장학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청은 지난 3일까지 B 장학사의 사망과 다행복학교인 A 학교 교장공모제 지정 관련 민원 사이에 인과관계와 개연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A 학교 교장공모제 미지정은 관련 법령과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결정이었음에도 A 학교장은 교장공모제 미지정 관련 민원을 반복·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장학사는 A 학교가 교장공모제에 미지정된 이후 한달여간 총 33건에 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처리했다.
A 학교장은 총 6차례에 걸쳐(5월22일~6월17일) 교육청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와 해명 답변을 요구했으며, 교원인사과를 4차례 방문해 폭언과 삿대질 등 고압적 태도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은 B 장학사가 동료들에게 관련 민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힘들다고 토로한 점, 비슷한 내용의 민원을 여러 사람이 올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망사건과 연계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교육청 자문 변호인은 "A 학교장은 수차례 공문을 보내 지속적으로 교장공모제 미지정 과정과 철회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며 "공문 발송은 권한이지만 공문의 내용이 자의적이고 부당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학교는 교장공모제 신청을 위한 학부모 의견수렴 과정에서 문자와 가정통신문으로 2차례 투표를 실시하는 등 절차상 의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B 장학사가 사적 영역에서도 관련 민원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와 실체를 파악할 예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과정에서 특정인의 지시와 선동 여부, 학부모 투표 과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또 교육청은 현행 악성민원 관련 지원책이 사후 조치로만 이뤄졌던 미비점을 인정하고, 초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B 장학사의 순직처리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변호사·노조 대표 등 민원 관련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악성 민원 선제 대응 TF팀'은 악성민원 판단 기준, 부서장 개입 시점, 상담 지원, 반복 민원 종결처리 등 악성 민원 발생 시 초기 단계부터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하윤수 교육감은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을 확실히 세워 이런 불행한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청을 찾은 B 장학사의 아버지는 "24년간 교육활동에 전념한 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으니 그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며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은 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A 학교 측은 고인에 대한 애도를 전하면서도 "정당한 절차와 권리에 따라 민원을 제기했을 뿐인데 교육청이 이를 '악성 민원'으로 규정하고, 장학사 죽음의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만 찾고 탓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문 역시 기관 간 공적인 언어로 주고 받았다"면서 "교육청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 업무를 담당했던 B 장학사는 지난달 28일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 장학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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