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민원' 부산교육청 장학사 사망에 "진상규명 촉구"

부산 한 중학교 내부형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 발단
'투명성 논란' 교장공모제…학부모도 찬반 엇갈려

부산학부모연합회, 부산교육을 사랑하는 학부모 등 단체는 2일 부산교육청 앞에서 교장공모제 관련 민원에 시달려온 교육청 소속 장학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4.7.2/ 뉴스1 ⓒ News1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교장공모제 관련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부산시교육청 소속 40대 장학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학부모와 교원단체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학부모연합회, 부산교육을 사랑하는 학부모 등 단체는 2일 부산교육청 앞에서 "학교와 학생을 망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반대한다"며 "교장공모제 관련 민원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B 중학교에서 시행 중이던 '내부형 교장 공모제' 업무를 맡고 있던 A 장학사는 지난달 27일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5월 부산교육청은 오는 8월 말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만료되는 B중학교를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교장 공모제 대상에서 해당 학교를 제외했다. 이에 학부모회와 학교 고위 관계자 등 공모제 재지정을 요구하며 한달간 수십건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무 담당자인 A 장학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유족과 동료 교직원들에게 고충을 털어 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승진 중심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학교의 원활한 소통과 교육과정의 자율화 등을 추구하려 한 당초 취지와 달리 선발 투명성 논란은 물론 특정 집단의 담합 승진, 기존 교장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부산 모 중학교 학부모들이 내건 현수막. 부산시교육청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에 반대하는 입장(왼쪽)과 찬성하는 입이 공존한다.(독자 제공)

이번 사건 역시 현 교장을 지지하는 일부 학부모가 공모제 재지정을 주장하며 '민원 폭탄'을 독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불공정성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청에 따르면 심의 절차 중 하나 학부모 찬반 투표 결과, 교장공모제 찬성한 학부모는 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의 결정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은 재지정을 촉구하는 학부모들에 대항해 재지정 취소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평소 학교장이 추구하는 교과 운영 방식에 대해 학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았고, 이번 재지정 취소를 반기는 학부모들도 다수 있었는데 한쪽의 의견이 전체 의견인 것처럼 표현돼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교육청은 내부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원인에 대해 고소·고발, A 장학사의 순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사 단체도 이번 '장학사 사망'에 대한 명백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교원조합은 전날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오는 3일에는 공동 집회를 개최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제도의 허점이 갈등이 발단이 됐고, 이를 직원 개인이 홀로 떠안으면서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것 같다"며 "이러한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