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피스텔 추락사 20대 스토킹 전 남친에 징역 10년 구형
집착과 폭행으로 피해자 정신적 착취·심리적 불안정
스토킹 혐의와 여성의 죽음의 인과성 인정될지 주목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전 남자친구로부터 상습적인 폭력 피해를 호소해 온 20대 여성이 지난 1월 부산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가운데 검찰이 가해 남성의 정신적 착취가 여성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부산지법 형사7단독(배진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12월 9일 새벽 1시17분쯤 연인관계였던 B씨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화가 나 B씨 주거지를 찾아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이웃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집에서 쫒겨 나게 되자 인근에 머무르면서 오후 3시까지 13시간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그로부터 약 한달 뒤 지난 1월 7일 오전 2시 30분쯤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B씨 죽음의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이를 두고 검찰은 B씨가 사망하는 데 A씨의 집착과 폭력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내다봤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9~10월 사이 A씨의 집착적 행동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창 쪽으로 다가가거나 창밖으로 넘어가려는 듯한 행동을 하며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는 이를 모두 목격했고, B씨의 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A씨 본인이었고, 사건 당일에도 B씨가 창문을 넘어가려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이전에 교제하던 다른 여성을 상대로 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벌금형을 받았다"면서 "여성에 대한 집착, 결별 통보에 대한 비정상적 반발, 폭력적 수단에 의한 보복 등의 모습은 B씨의 죽음을 야기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에 대한 집착은 끝내 B씨의 사망을 통해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며 "수사와 공판 과정이 10개월째 진행되고 있지만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적용 혐의에 비해 높은 구형량이 내려지자 부당함을 토로했다. A씨의 집착·폭력과 B씨 사망의 연관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A씨는 창을 넘는 B씨의 행동을 이전과 같이 그저 액션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말지 못했고 이를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B씨가 창밖에 매달렸을 때에는 손을 뻗어 손을 잡았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놓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A씨의 부모는 집을 팔고 최근 매매계약을 마친 상태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고 아니면 공탁이라도 할 예정"이라며 "불확실한 사실에 기반한 사회적 여론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정하고 합당하게 집행유예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언제까지나 어릴 것이라 생각해 철없이 행동했고, 타인의 감정을 살피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다"며 "만나는 동안 웃을 수 있는 기억들만 만들자 약속했던 것과 반대되게 행동으로 피해자를 힘들게 한 게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과의 연관성이 공소사실에 담겨있지는 않지만 법률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실적인 인과관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등을 양형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7월 3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B씨의 변사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의 자살 방조 혐의에 대해 최근 증거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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