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HUG, 전세사기 피해자에 보증금 반환해야"…손배소 패소
"보증 믿고 계약 연장한 임대인, HUG와 이해관계 형성돼"
재판부 "1억4500만원 지급하라"…HUG발 전세사기 피해자 첫 승소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 전세사기'와 관련해 HUG 측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최지경 부장판사)은 지난 28일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정모 씨가 HUG와 건물 임대인 A씨(40대)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임대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공동해 원고(임차인)에게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정 씨는 2021년 6월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2년간의 A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 씨는 2022년 12월 체결된 정 씨와 A씨의 임대차계약에 대한 HUG의 임대보증금보증을 확인했고, 이를 믿고 2023년 6월 한차례 임대차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HUG 보증계약 신청 당시 A씨는 정 씨가 속한 건물의 부채비율 보증요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호실의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HUG에 제출했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HUG는 지난해 8월 이 공동담보건물 전체의 가입을 일괄 취소하면서 정상 계약된 정 씨의 세대까지 보증보험을 해지했다.
HUG의 보증을 믿고 집을 계약했던 정 씨는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A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니 (임대인도) HUG의 보증보험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진 채권자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데 관여하지 않았고 허위 서류가 우리집의 보증계약서에 관한 것도 아니다"라며 "HUG가 A씨의 기망을 이유로 보증보험을 취소했다 해도 기망의 과실이 없는 (내) 계약에 대해서는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HUG측은 정 씨가 제3자에 불과하다며 보호의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대보증금보증계약의 경우 임대인인 A씨와 HUG 사이에 체결된 계약으로, 임차인은 해당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계약은 보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신청했을 경우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세칙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 씨가 임대보증금보증서를 계기로 지난해 6월 A씨와의 임대차 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하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는 등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됐다"며 "A씨의 기망행위를 정 씨가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부산에서 발생한 HUG발 전세사기 민사소송의 첫 판결로 앞으로 HUG를 상대로 진행될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판결 직후 정 씨와 그의 아내는 "HUG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소송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이 일로 인해 2세 계획은 물론 평범한 미래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9개월이 흘렀다. 이 시간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냐"며 눈물을 훔쳤다.
이에 HUG 측은 "판결에 대해 면밀히 살펴 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기, 사문서위조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임대인 100여명에게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100여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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