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지 소풍갔다 올게'…암 환자들의 투병 이야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12회 암수기 공모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12회 암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 정모씨(왼쪽)와 이창훈 의학원장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기장군에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최근 제12회 암수기 공모전을 진행한 가운데 수상자들의 감동적인 투병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의학원에 따르면 대상을 수상한 정 모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마다 손녀와의 영상통화를 하며 '할부지 소풍갔다 올게'라고 인사를 하고 의학원으로 향한다. 힘들고 진절머리가 날 때도 있지만 매번 반갑게 맞아주는 간호사들 덕분에 소풍가는 마음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 씨는 "항암 때마다 등을 어루만져 주면서 격려해 주는 의학원 이하영 과장 덕분에 힘이 난다"며 "완치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저 오늘도 돼지국밥 한 그릇 앞에 두고 점심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저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 모씨는 아버지의 투병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아무런 준비없이 암을 마주한 우리는 이제 갓 발걸음을 뗀 어린아이 같았다"면서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의 신속한 판단 덕에 늦지 않게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유전자 변이도 발견해 의료 공백없이 표적 항암 치료도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빅5니 뭐니하며 유수의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여러 환자들이 곤란한 상황이 되는 걸 보면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존재가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 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려상을 수상한 이 모씨는 "암 수술 후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것만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며 "남들이 영어 공부하기, 자격증 따기 등의 계획을 세울 때 나는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기, 꼭꼭 씹어 먹기 등의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는 "문득 암이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생긴다는 자료를 읽었다"며 "세상을 정말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 암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장을 내어주고 이만한 행복을 얻었으면 역시 나는 거래를 참 잘한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생겼다"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보고 온 날 아이가 환갑이 될 때까지 살아야겠다며 남편과 크게 웃기도 했다"고 수기를 마무리했다.

의학원 암수기 공모전 수상작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