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채용비리의 온상' 부산항운노조 간부 등 78명 무더기 기소

노조 간부들 채용 청탁대가 27억원 편취

부산항운노조 인사비리 사건에서 압수한 현금 등.(부산지검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검찰이 부산 항운노조 비리 수사에 나선지 1년여만에 조합원 추천권을 불법 행사해 채용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노조 간부 등 수십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김익수 부장검사)는 배임수재,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노조상임부위원장 2명, 지부장 3명, 노조신용협동조합 전무 1명 등 노조 간부 15명을 구속하고 5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는 2019년에도 검찰 수사로 31명이 기소됐으나 조합원 등록 및 승진 구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부장의 '조합원 선발·추천권' 악용으로 취업·승진 등 인사비리가 꾸준히 성행했다.

지난해 5월 대검찰청 첩보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지난해 7월 부산항운노조 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노조 소속 24개 지부 중 5개 지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노조 간부들은 채용 청탁대가로 27억 원을 편취했으며, 이 중 한 지부에서는 2022~2023년 조합원으로 등록된 40명 대부분이 3000~6500만 원을 공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밝힌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따르면 60대 지부장 A씨는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0년간 노조 정조합원 취업, 반장 등으로 승진시켜주겠다고 거짓말해 10억7000여만원을 뜯어냈다.

50대 지부장 B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승진, 정조합원 채용을 대가로 2억600만원을 수수했다.

노조 간부들은 채용 비리에 그치지 않고 일가족을 동원해 범죄 수익 일부를 차용금으로 세탁하기도 했다.

C 전무와 D 전 지부장은 공모해 허위 소득증명원을 작성해 상황능력이 없는 조합원들에게 불법 신용대출을 해주고, 승진 대가로 수억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C 전무는 범죄수익으로 4억6000여만원 상당의 필리핀 해외원정 도박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금품 거래를 통해 수사 정보를 빼돌리거나 관련자들의 입막음을 통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노조 고문 변호사 E씨는 지난해 9월 노조 상임 부위원장의 형사소송 기록에 있는 진술조서 사본을 노조 위원장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또 신항 지부장이던 F씨는 2019년 부산지검의 조합원 채용비리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소환된 채용비리 대상자들에게 금품을 주고 채용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도록 교사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H씨는 허위 자수서를 제출하고 허위 진술을 교사해 또다시 수사망을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채용대가 총 1억4500만원을 받아 상선에게 6000만원을 상납한 혐의가 밝혀졌다.

검찰은 27억원에 달하는 범죄이익 중 현금과 수표 1억5000만원을 압수하고, 12억원을 추징보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과거 거듭된 처벌에도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형사처벌과 이미 취득한 막대한 범죄수익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한 형사처벌과 범죄수익의 완벽한 박탈을 통해 비리의 유인을 철저하게 제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항운노조는 지난 3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46년간 독점해 온 부산항 상용부두 정규직원 채용·승진 후보자 추천권을 포기하며 제도적 개혁에 나섰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