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견 건설업체발 비리…은행원, 공무원 등 28명 무더기 기소

경영권 다툼 ‘폭로전’에 횡령·뇌물·사기 등 줄줄이
'수사 정보 누설 혐의' 경찰청까지 수사 확대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중견 건설업체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9개월 만에 건설업체 대표를 비롯해 금융기관, 공무원, 세무사 등 관련자 28명을 무더기 기소한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나희석 부장검사)는 부산 중견 건설사 'ㅇ'업체의 비리 사건과 관련, 건설사 대표 A씨(55)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2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14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82억 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과 함께 13억6500만 원 상당의 조세 포탈,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대표 A씨와 창업주 B씨(88) 등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ㅇ'업체 창업주 일가는 협력업체와 허위의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일부를 개인명의 계좌에 입금해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역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추가로 밝혀냈다.

금품을 수수한 전 금융기관 임원은 신탁계좌에서 후순위인 'ㅇ'업체 계열사가 70억 원을 인출할 수 있도록 부당하게 대출 조건을 변경해 편의를 제공했다.

또 창업주 일가에게 청탁을 받은 재개발조합 임직원들은 아파트를 정상 분양가보다 1억1370만 원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

양산·울산시청 공무원들은 아파트 신축사업, 인허가 등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200만~3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했다.

이번 사건은 대표이자 장남인 A씨와 창업주 B씨·차남 C씨가 경영권 다툼으로 서로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C씨(51)는 A씨의 구속수사를 청탁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전직 경찰에게 3억1500만 원을 전달했다. A씨에 대한 조속한 세무조사 착수를 부탁하며 세무사와 변호사에게 5500만 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해 지역 건설사와 금융기관 임직원, 지자체 공무원 등과의 유착관계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해 나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지역은행에 이어 지난 1월 울산·양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해 이들 기관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사건과 연루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달 초 검찰이 'ㅇ'업체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부산경찰청과 울산경찰청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경찰조직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역 중견기업이 대형 지역은행, 지역 내 재개발조합 등과 긴밀히 유착돼 지역사회에서 공공적 지위를 가진 은행 직원, 재개발조합 임직원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전형적인 지역 토착형 부패범죄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자금을 개인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유용하며 회사 재산 전반을 사유화한 방만한 경영 행태를 보였다"며 "지역사회에 현존하는 다양한 부패범죄들에 대해 직접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ㅇ'업체 창업주 B씨는 지난 3월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