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관계로 시작해 벌써 6년” 국회의원이 재판서 스스로 밝힌 까닭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황보승희 징역 2년 구형
'사실혼 관계 금전거래' 재판부 판단 관심

황보승희 의원.2023.10.12/뉴스1 ⓒ News1 DB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영도)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부산지법 형사5단독(김태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보 의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고, 추징금 1억4270여만원을 청구했다. 자금 제공자 A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황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시절부터 국회의원을 지낸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사실혼 관계인 A 씨로부터 1억 4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로 내연관계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지만 정치 활동을 위해 제공한다는 인식 하에 법에서 정하지 않는 정치 자금을 제공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이지 내연관계 여부는 묻지 않는다"며 "청탁금지법도 두 사람이 민법상 친족일 경우에만 정당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은 친족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불륜 관계"라고 지적했다. 민법에서 규정한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에 대해선 청탁금지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예외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어 "두 사람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거액(5000만 원)을 주고받았고, 이 돈은 전형적인 정치자금 사용처인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며 "황보 의원 당선 후 제공한 아파트 임차나 신용카드는 정치인에게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열린 공판에서 황보 의원와 A 씨 측은 사실혼 관계에 따른 경제적 공동체임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황보 의원 측 변호인은 "정치자금법 위반은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 지출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예상돼야 한다"라며 "매달 주던 생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한 것일 뿐인데 이것이 정치자금이라면 같은 기간 별도의 생활비가 지급됐어야 할 텐데(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상의 사회생활을 감안해야 하지 청탁금지법에만 한해 민법상 혼인신고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혼을 하거나, 미혼인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은 연인과 선물을 주고받을 수도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실혼은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데다가 이혼한 황보 의원과 달리 A 씨가 법률 상 배우자가 있어 이들의 '사실혼'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렸다.

황보 의원은 "A씨와는 사회적 통념상 부적절한 관계로 시작해 함께 생활한 지 벌써 6년이 됐다. 편의를 위해 한번에 준 돈을 정치자금으로 인식했다면 받지도 않고 돌려줬을 것"이라며 "20년 정치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한 적 없고, 남한테 돈 빌려서 정치한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양한 혼인 형태에 기반한 정치자금법 개정 필요하다"며 "법대로라면 미혼이거나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공직자는 반지조차 나눠 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선고 공판은 8월 14일 부산법원 25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