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사회적 재앙' 고립·외로움 다룰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4월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염규석 상근부회장과 함께 청소년들을 만나 '청소년 고립·은둔 예방 및 지원 사업'을 알리고 있다.뉴스1 DB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4월17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염규석 상근부회장과 함께 청소년들을 만나 '청소년 고립·은둔 예방 및 지원 사업'을 알리고 있다.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는 사전적으로 장기간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 또는 그러한 사람을 지칭한다. 일본은 1990년대 경기 침체로 히키코모리가 급속하게 증가했는데, 이들의 고령화에 따라 80대 노부모가 50대 자녀를 돌보는 '8050 문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90대 부모가 60대 자녀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 명의를 자녀 이름으로 변경하는 등 사후 준비를 하는 '9060 문제'가 등장하였다.

과거 은둔·고립 문제는 일본 특유의 사회현상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발생 배경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의 공통적인 사회 변화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청년들이 취업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ICT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집안에서도 인터넷, 게임, 영화를 즐기면서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택배로 주문할 수 있는 있는 생활여건이 조성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고립 문제에 대응해 오고 있는 일본의 경험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 지원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그 실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대상 기준을 유연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대개 은둔형 외톨이를 집 등의 한정된 공간에서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사람으로 정의 내리고 지원대상 연령은 청소년이나 청년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게 되면 초기단계에서 예방적 개입이 어렵고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를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둘째,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있어 연령, 발생 원인, 개인의 역량을 고려하여 개별적이고 단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은 학교 부적응, 따돌림, 게임중독, 학대 및 방임, 실업 등 매우 다양하므로 개별화된 지원이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한 개입보다는 은둔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가정방문 등의 아웃리치(outreach)를 시작으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 지원, 사회활동 기회 제공, 직업교육, 취업지원 등의 순서로 은둔형 외톨이를 단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셋째, 은둔형 외톨이 발굴과 지원에 있어 부모와 가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꺼리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개입을 통한 자립지원은 쉽지 않다. 일본의 실천사례를 보면 은둔형 외톨이 부모를 가족모임부터 참여시키면서 지원의 물꼬를 트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은둔·고립생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부모 역시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 가족관계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단위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고립과 외로움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신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019년 광주광역시에서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한 후 현재 전국 50여 곳의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있다. 그 외에도 고립, 은둔을 키워드로 한 지자체 조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법률과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황이다.

관련 법률 제정과 함께 영국의 외로움부 장관이나 일본의 고독·고립대책 담당대신과 같이 사회적 고립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victiger3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