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목까지 차올라 죽는가 싶었다"…도로공사로 침수된 양산·신거마을

60㎜ 비에 마을 침수…"60년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
함양~창녕 간 건설공사 임시도로가 하천 물 흐름 막아

침수 피해가 발생한 합천군 대양면 양산·신거마을에서 8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4.5.8 뉴스1/한송학기자

(합천=뉴스1) 한송학 기자 = "물이 목까지 차올랐고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다."

지난 5일 내린 60㎜ 정도의 비에 온 마을이 침수된 경남 합천군 대양면 양산마을 주민 이석순씨(86)가 마을이 침수되던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살려달라고 고함을 쳐도 아무도 안왔다. 한참 동안 물에 잠겨있다가 소방서 사람이 와서 나를 업고 나갔다. 이 마을에 60년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금영씨(63)도 "누워있는데 정전이 돼 나가보니 집 앞에 시커멓게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급하게 어머니를 업고 집 밖으로 도망가는데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가 내린 5일 오후 11시 40분께 합천군 대양면 양산·신거마을 일대가 침수됐다. 이날 합천군의 평균 강수량은 62㎜ 정도였으나 31가구가 침수됐고 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8일 수해를 입은 양산·신거마을은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온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대부분의 집에서는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말이 복구작업이지 흙물에 젖어 쓸만한 물건은 거의 없어 버릴 물건을 분류하는 것이었다.

김윤철 합천군수(오른쪽)가 8일 수해를 입은 이석순씨 집을 방문해 피해보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5.8 뉴스1/한송학기자

마을 도로에는 냉장고 등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대형 가전제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집집마다 흙탕물에 잠긴 이불과 옷, 쌀, 음식물 등 버릴 물건들을 마당에 쌓아두고 있었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인근 대양복지회관을 임시거주처로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집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찾고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는 현장지휘소가 설치됐고 침수 쓰레기를 버리는 대형 야적장이 마련됐다. 자원봉사자들과 합천군청 직원 등은 침수 쓰레기를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이번 수해를 마을 입구에서 진행 중인 공사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간 건설공사가 하천의 물길을 막았다는 것이다. 임시도로를 내면서 직경 1m짜리 수관 5개를 설치했는데 좁은 수관으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하천이 범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80대 김모씨는 "합천댐 설치 이후 이 마을에 홍수가 난 적이 없다. 마을 앞 도로공사가 이번 마을 침수의 원인"이라며 "나도 물이 차서 나가려는데 수압에 대문이 열리지 않아 창고 옥상을 통해 집을 겨우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와 시공업체에서도 마을이 침수된 원인을 파악하면서 복구작업에 힘을 보탰다.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간 건설공사를 위한 임시도로를 내면서 설치한 수관. 2024.5.8 뉴스1/한송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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