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56명 사망' 의령 우순경 사건 첫 위령제 42년만에 엄수

유족 전도연씨 "오늘은 엄마 생각하고 실컷 울래요"

의령 우순경 사건 위령탑 제막식이 26일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2024.4.26 뉴스1/한송학기자

(의령=뉴스1) 한송학 기자 = "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하고 울어 보고 싶어요.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은 저에게 슬픈 봄이었는데, 이제는 4월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내년 4월에도 엄마 보러올게요"

95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의령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우순경 사건)' 피해자 유족 전도연씨가 26일 열린 첫 위령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의령군은 26일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오태완 의령군수와 유족, 지역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순경 사건 위령제와 위령탑 제막식을 가졌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군 궁류 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당시 27세)이 지서 무기고에서 소총을 들고 나와 마을 주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해 5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치명상, 33명이 총상을 입은 사건이다. 치명상 6명은 사건 발생 얼마 뒤 사망했다.

'의령 4·26 추모공원'은 궁류면 궁류공설운동장 인근에 8891㎡ 규모로 조성된다. 우순경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2022년 '의령 4·26추모공원 조성 사업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 중이며 위령탑은 지난 10일 완공됐다.

위령탑에는 희생자 넋 추모, 생존자인 유가족 위로, 다시는 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 등 3가지 의미를 담았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취지문이 새겨졌다.

이날 위령제는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제막식, 제례, 헌화, 추모사, 추모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우순경 사건 당시 정권의 보도 통제로 이 사건을 덮으려 했고 이후 추모행사도 열리지 못하다가 최근 위령탑이 세워지자 유족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처음 위령제가 열린 것이다.

위령제 논의는 오 군수가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와의 면담에서 "우순경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추진위원회 구성과 추모공원 건립이 추진됐다.

피해자 유족 전도연 씨가 위령제에서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4.4.26 뉴스1/한송학기자

이날 위령제에서 당시 20살이었던 피해자 유족 전도연 씨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전씨는 "늘 엄마의 빈자리가 그리웠다.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손주들 재롱도 보시고 따뜻한 봄날 엄마랑 같이 꽃구경도 실컷 했을 텐데"라며 "고향 궁류에 오는 게 무서웠다. 엄마와의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면 무너질까 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 봐 무서워서 와 보지도 못했다"고 흐느꼈다.

이어 "얼마 전 앨범에서 엄마랑 둘이 찍은 사진을 보고 하염없이 울었다.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하고 울고 또 보고 싶어 할래요"라며 편지를 읽었다.

오태완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고 말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