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있네" 내연남 아내마저…참극으로 끝난 20년 '불륜'
[사건의재구성] 부산 구포동 주택가 살인…돈 안 주자 앙심
출동 경찰 돌아간 뒤 흉기 휘둘러…모자 징역 30년·무기징역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2022년 3월 2일 부산 북구 구포동 주택가. 50대 모친과 30대 아들은 급히 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50대 중년 부부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중년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의 씨앗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50대·여)와 유부남인 B씨(50대)는 1998년 경북 김천 한 다방에서 종업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
A씨는 2011년 B씨의 도움으로 부산 북구 한 아파트를 샀고, 이후에도 B씨에게 생활비를 받으며 20여년간 내연관계를 이어왔다. A씨의 아들 C씨(30대) 역시 B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B씨에게 돈을 받았음에도 꾸준히 생활고에 시달려온 A씨는 2020년 4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내연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B씨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대출금 등을 청산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했던 A씨와 아들 C씨는 "돈을 안 주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B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협박을 이어온 모자(母子)는 반복되는 거절에 결국 살인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사건 당일 오전 A씨는 B씨에게 "여자 눈에 눈물 나게 하고, 가슴에 한을 품게 했다, 그래서 너는 죽어야 한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오후 A씨의 자택을 찾은 B씨와 그의 아내 D씨는 인근 건물 한 주차장에서 금전 문제로 언쟁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언쟁 도중 D씨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두차례 다녀갔지만 가정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분리조치만 한 뒤 떠났다.
돈을 못 받겠다는 확신이 든 C씨는 경찰이 자리를 뜨자 돌변했다. 이내 집으로 뛰어가 흉기를 가져나온 C씨는 A씨를 수차례 찔렀다. 이윽고 자신을 방해하던 D씨에게도 다가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D씨가 움직이는 것을 옆에서 본 A씨는 C씨에게 손짓해 D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렸고, C씨가 재차 휘두른 흉기에 D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B씨 역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은 범행 이후 차를 타고 경북 경주시로 달아났지만, 범행 2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해 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이들 모자가 살인을 미리 공모하고 범행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A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들은 금전적 문제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며, 특히 A씨는 공범이 아닌 살인 방조범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역시 C씨의 범행을 제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흉기를 더 찌르게 해 숨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낮 시간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피해자들을 수십회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대범하고 잔혹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이들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이들의 상고를 기각해 형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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