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항만 보안 구멍날라…청원 경찰 ‘교대제 개편’ 놓고 노사 갈등

BPA "근무시간 축소로 탄력근로제 도입 불가피"
노조 "탄력근무제·기본급 모두 삭감하려는 꼼수"

20일 오후 BPA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심준오 BPS 노조위원장. 2024.4.20.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항만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항보안공사(BPS) 소속 청원경찰의 해묵은 처우개선 문제가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21일 BPS노동조합측은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와 모회사인 부산항만공사(BPA)의 횡포를 전국 공공연맹 측에 알리고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국으로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PS는 BPA가 100% 출자한 회사다. BPS 노조는 수년째 기존 3조 2교대 근무 체계를 4조 2교대로 전환해 줄 것을 사측과 BPA 측에 요구해왔다. 휴일이 없는 근무 형태로 강도 높은 업무가 이어지면서 이직률 급증, 업무 집중도 저하, 건강 악화 등이 심화하고 있어 1급 국가 중요시설인 항만 보안에 구멍이 뚫릴 처지에 놓였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BPS 청원 경찰의 처우개선 문제는 그동안 국정감사와 노동청의 권고 등을 통해 수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억5000만 원을 들여 '항만 경비 일원화 등 효율적 항만 보안 운영체계 마련 검토 용역'을 진행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용역 결과를 보면 항만 보안 처우개선과 전국 항만 보안 체계 일원화 방안 중 하나로 4조 2교대 전환이 제시됐다. BPS 근로 형태를 4조2교대로 전환할 경우 근로 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 감소와 약 13억9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감천항 동편 부두를 시작으로 단계적 전환과 기존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추가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항보안공사 노조가 15일 오전 부산항만공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BPS노조 제공)

BPS 노사는 해수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앞서 지난해 임금체계 등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현재는 BPA와의 협의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상호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BPS 노조는 지난 15일 BPS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BPA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대제 전환에 공감하는 만큼 3자(BPA, BPS사 측, BPS 노조)간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수년째 이어진 갈등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BPA 측이 탄력근로제 도입 등 임금 체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포함하면서 갈등의 골은 급격히 깊어졌다.

BPA 관계자는 "교대제 개편 시 기존 인력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기준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대제 개편을 위해서는 120여 명의 인력 충원돼야 하는 데 이 경우 연 70~8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심준오 BPS 노조위원장은 "세종시와 부산시청의 경우 청원경찰의 4조2교대 개편 시 기존 임금을 보전해 줬다"며 "BPA는 초과 근무 수당과 기본급, 2중으로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PA 측 주장은 모두 핑계일 뿐"이라며 "노조는 해수부 용역 결과대로 처음부터 인원 증원과 예산 증액 없이 교대제 개편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초과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사고가 잦은 감천항 동편부터 4조 2교대로 전환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BPA는 처음부터 우리와 합의점을 찾을 생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