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무장애 부산을 위한 한 걸음
장애인의 날 맞이 제11회 담쟁이 걷기대회
보완대체의사소통 체험…어린이, 외국인도 활용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경험,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함께 느껴야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제11회 담쟁이걷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에 탄 장애인, 유아차를 끌고 나온 부부, 편안한 운동복 차림의 커플, 지팡이·보행기에 의지한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2000여명이 모였다.
출발선 앞에 선 이들은 사회자의 출발 신호에 맞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첫 걸음을 뗐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지팡이를 짚는 할아버지는 봉사자의 팔을 잡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삼삼오오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보행 약자를 위해 계단이나 턱을 없앤 무장애 길 2.5㎞를 걷는 동안 참가자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 힘을 북돋고, 포토존에 들러 카메라를 향해 멋진 포즈를 취하며 대회를 즐겼다.
대회 도중 갑자기 내린 소나기도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참가자들은 급히 우비와 우산을 꺼내면서도 입가엔 미소를 띠었다.
대회에 참여한 노부부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하자마자 우비를 꺼내 중증 와상장애인인 딸 김금지 씨(43)부터 챙겼다. 2014년 첫 대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딸 금지 씨와 대회에 참가한 박연수 씨(68)는 "딸이 바깥 나들이를 좋아하는데 누워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중화장실,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외출 시 제약이 많다"며 "오늘처럼 딸이 사람들과 함께 걷고 산책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척추 경직으로 긴 시간 병실에 누워 있었다는 박윤흠 씨(83)는 지팡이도 없이 두 다리로 코스를 완보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박 씨는 "장애를 얻고 나니 평소 잘 다니던 길도 한걸음 한걸음이 고난이었다. 지금은 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혼자 걸어 다니지만 여전히 턱이 높거나 가파른 오르막길은 힘들다"며 "누구에게나 편한 길이 모두에게 편한 길 아니겠냐. 무장애길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부산시민의 장애 이해 증진과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통합 환경 조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비장애인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였다.
특히 올해 사전참가 등록자는 지난해보다 200여명 증가한 1353명을 기록했는데, 이중 비장애인(941명)이 장애인(512명)보다 훨씬 많았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부스를 찾은 조아진 양(12)과 조아현 양(10)은 말과 글이 아닌 그림, 기호 등으로 소통하는 체험을 했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은 말과 글을 대체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주로 언어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그림, 기호, 손짓 등을 활용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복지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체험을 마친 조 양은 "AAC 팔찌를 받았는데 팔찌에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며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어린이, 노인 등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주관 기관 중 하나인 부산뇌병변복지관의 이주은 관장은 "장애가 있어도 장애가 되지 않는 경험을 통해 장애인도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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