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난 독립투사…범행은 가성비 있는 맞교환" 진술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 씨(66)가 자신을 독립투사 또는 논개에 비유하며 범행의 당위성을 주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9일 살인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활용해 증거 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검찰은 증거 요지를 통해 철저한 계획범죄임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적인 범행인 점 등을 명확히 했다.

검찰이 제시한 김 씨의 피의자 심문 조서에 따르면 김씨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민주노총, 한총련, 민변 변호사 등과 같이 붉은 세력에게 공천을 줘서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재명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검찰은 현재 피고인들이 부인하고 있는 주장에 대해 증거를 들어 반박했다.

앞서 열린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씨는 전체적인 공소사실은 인정하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과 건강 악화로 야기된 자포자기 심정과 잘못된 영웅심리가 결합돼 범행에 이르렀다”는 범행 동기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테러리스트와의 심리와 비슷한지 묻는 심리분석 질문에 “김 씨가 자신을 독립투사, 논개으로 비유했다”며 “‘(김 씨는) 가성비가 나오는 맞교환이다, 살만큼 살았고 아들과 손자가 덜 위험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범행을 할 마음이 충분히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좌파세력 처단해야 한다는 극단적 논리와 자신의 행위를 숭고한 희생으로 표현하는 잘못된 정치적 이념이 드러난다”며 “경제적 어려움 및 이혼에 따른 고립된 생활양상, 자기몰두적 활동의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또 방조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A씨에 대해서 김 씨와 주고 받은 메신저 내용을 중심으로 범행에 대한 인식과 동조, 일종의 조력을 했음을 지적했다.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A씨 역시 각종 매체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논란, 비난 등 부정적 콘텐츠를 자주 찾아보고, 이를 김 씨에게 수차례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검찰은 증거설명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대리 구매됐다는 점, 김 씨가 사전에 작성한 메모(남기는 말)가 2차례 걸쳐 보완·수정됐다는 점 등을 새롭게 공개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27분쯤 가덕도 신공항 부지가 보이는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김 씨와 함께 기소된 A씨는 ‘남기는 말’ 7부를 소지, 이중 2부를 김 씨의 범행 직후 가족 등에게 송부한 혐의를 받는다.

오는 4월 30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서는 피고인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