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46년 독점 채용·승진 추천권 포기…"비리 고리 끊겠다"

입사 비리로 금고 이상 실형 땐 영구 제명
노조 집행부 내 독립 감찰부서도 신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3.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항운노조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46년 간 독점해 온 부산항 상용부두 정규직원 채용·승진 후보자 추천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22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항운노조에 따르면 부산항 노사정은 이날 부산항만공사 1층 대강당에서 부산항의 항만인력공급 시스템 협약을 맺고 취업 비리 근절등 부산항운노조의 제도적 개혁을 공식화한다.

협약에는 부산해수청,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항운노동조합, 부산항만물류협회(항만하역사 대표), 부산항만산업협회(화물고정업 대표), 부산항만공사 등 6개 단체가 참여한다. 노조 집행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고용주체인 항만하역사 등과 관계 당국이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부산항운노조는 1876년 부산항 개항과 함께 부두 근로자들이 광복 이후인 1947년 결성했다. 부산항 상용(고용주인 터미널 운영사 등에 채용돼 상시 출근하며 근무하는 형태)부두에서는 터미널 운영사가 부산항운노조원을 직접 고용하는데, 그동안 항운노조 지부장이 이 추천권을 갖고 있었다. 이는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터미널인 부산항 자성대 부두가 생긴 이후 노조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권한이다.

그러나 일선 지부장들이 이 독점권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인사 비리를 저질렀다. 지난 2월에는 반장 승진을 원하는 노조원 2명에게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 지부장이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재도 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산항운노조 일부 현장 지부 간부와 조합원 40여명(금품제공자 다수 포함)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항운노조는 상용부두의 경우 직원 채용과 승진 시 일선 노조 지부장이 더 이상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비상용 조합원 선발 시에는 노사정 대표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에 노조간부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를 추천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조의 관여를 줄이기로 했다.

노사는 터미널 별로 반장의 역할과 적정규모에 대한 조직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그 규모를 조정하고 직무 범위도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단체규약을 개정해 지부장 임명 방식을 기존 전체 조합원 중 임의로 지부장을 임명하는 방식에서 선출직인 대의원 중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인사비리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현재는 비리로 제명된 직원도 5년 이후에는 복권이 가능하나 앞으로는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 집행부 내 독립된 감찰부서를 신설하고 자체 비리 적발 기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해수청은 이번 협약에 따라 부산항 항만인력 수급관리협의회 운영을 통해 노사 간에 필요사항을 조정하며 항만운송 종사자들의 원활한 수급・관리를 돕는다. 부산고용노동청도 항만인력 관리 현장에서의 비리사건 예방과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기적인 지도와 점검을 실시한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부산항운노조의 제도적 개혁을 지역사회에 공식화함으로써 항운노조 비리문제는 자연적으로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약과 관련한 사안은 5월 중 개최되는 대의원대회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