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사랑해” 일본 해상서 전복돼 숨진 선원 마지막 문자

日서 전복 거영 선호 유족 "구조·수습 나선 한·일 관계자에 감사"
선사측 "시신 도착 일주일쯤 걸릴 듯"

20일(현지시간)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연안에서 해상보안부 헬기가 전복된 한국 선적 선박의 선원을 수색하고 있다. 2024.03.2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일본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발생한 한국 선적 선박 거영 선(SUN)호 전복 사고로 60대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 2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21일 확인되면서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선사 사무실에는 내내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선사 사무실을 찾아 내내 침통한 모습으로 현장 상황과 소식 등을 파악했다. 해경과 부산해수청 등 당국 관계자들도 사무실을 찾아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했다.

현재 유족들은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등에 따르면 유족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구조에 힘쓰고 있는 일본 해경과 사고를 수습 중인 정부와 선사측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오후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국과 유족은 A씨가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끝까지 배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와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까지 A씨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A씨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가족에게 '여보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면 그 시간까지 A씨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20일(현지시간)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한국 선적 수송선 '거영선'이 뒤집힌 채 떠 있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총 11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8명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4.03.2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그러면서 "사고 현장에 관계자 2명을 파견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며 "시신이 도착할 때까지는 과정이 복잡해 일주일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사에 따르면 거영 선호는 아크릴산 980t을 싣고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쯤 일본 히메지항에서 출항해 울산으로 향했다. 이후 선박은 지난 20일 오전 2시쯤 강풍과 높은 파도로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 무쓰레섬 앞바다에 정박했다.

정박 5시간쯤 뒤인 오전 7시쯤 일본 해상보안부는 "배가 기울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사고 선박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이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한 명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2명 등 9명이 사망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구조된 인도네시아인 1명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나머지 실종 선원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해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사고 해역 수색·구조 진행 상황과 외교부·해수부의 조치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해역 수색·구조부터 선원 가족 지원 등 정부의 제반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현지 상황을 감안해 재외국민보호 위기 경보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