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부산지법 판결에 정부 '또' 항소…피해자 "2차 가해"

부산지법, 피해자 70명에 '165억 배상' 판결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관계자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손해배상 소송 선고 공판 참석을 마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정부가 또다시 항소했다.

법무부는 27일 부산지법 민사합의11부(전우석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장는 이날 "피해사실에 대해 추가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등 항소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일 박모 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7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88억여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7건(병합 사건 포함)에 대해 16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합계 청구액 288억여원 중 약 57%인 165억여원이 인정됐다.

위자료는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개별적으로는 미성년 입소자의 경우 정서적 발달 및 교육 기회 박탈에 대해, 후유증이 있는 경우 신체, 정신장애 및 원고들의 현재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각각 1억원 한도로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12월15일 당시 박정희 정부가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 적힌 내무부 훈령 410호를 발령해 이를 근거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70~1980년대 부랑자 선도를 명분으로 형제복지원에서 장애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 등 인권 유린이 벌어진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국가 책임을 처음 인정하며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14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45억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같은 판결들에 불복해 재차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장은 "사회에 대해 불신이 팽배한 피해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의 항소는 피해자들을 또다시 몇 개월간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으로 내모는 2차 가해"라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법, 부산지법 등 다른 재판부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일관성 있는 판결과 비슷한 위자료 산출 기준을 제시한 만큼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시그니처 이언학 변호사는 "긴 시간 숙고를 통해 1심 재판부들이 국가 측에 비슷한 수준의 책임을 물은 만큼 항소심에서 이 부분이 크게 뒤집힐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1심에서 피해 사실 일부만 인정받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측 주장이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항소를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