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빨리 하라" 전공의 병원 떠나자 환자들 '속수무책'

일부 과 전공의 출근 안 해 진료 차질 빚기도
동아대 전공의 138명 중 110명, 부산대 236명 중 216명 사직서 제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해 전공의 이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대전 한 종합병원에서 강제퇴원을 통보받은 환자가 병원을 나서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부산=뉴스1) 권영지 조아서 기자 = "앓고 있는 병이 자주 재발해 입원했는데 갑자기 퇴원일자가 잡혔어요"

20일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에서 만난 차치덕 씨(77)는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을 나서고 있었다.

차 씨는 "장내통을 앓고 있는데 재발이 잦아 이번에 충분히 입원하면서 진료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전공의 집단행동 때문인지 퇴원일자가 너무 빨리 잡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의사들이 매번 강력하게 집단행동에 나서서 의사 수 늘리는 게 흐지부지돼 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정부에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해서 국민을 위해 의료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A 씨는 "아이 검진이 미뤄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검사를 받았다"면서 "위급하신 분들은 얼마나 마음 졸일까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동아대병원은 이날 아침 기준 전체 전공의 138명 중 11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들은 20일자로 출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대병원은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일정을 연기·조정하고 있다. 급한 수술은 지난주에 미리 끝낸 상태다.

응급실의 경우 본래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진료과 전공의가 환자를 돌보는데, 사직·파업 등으로 현재 전공의 대신 전문의(교수)가 응급실 환자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오늘이 사직서 제출하고 난 첫날이라 병동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교수가 수술이나 진료를 볼 경우 응급실 환자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아침 기준 전공의 236명 중 2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았는지 등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필수의료과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대 병원 간호사 B 씨(30대·여)는 "전공의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공의 집단행동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벌써부터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입원날짜가 미뤄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명예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있다.

0z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