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에도 '메스' 잡는 의사들…필수의료 구인난 현실

부산 온종합병원서 '은퇴' 배영태·김동헌 교수 진료 재개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수가 재조정 등 필수의료 육성을"

배영태 온종합병원 유방암센터장이 콤바인 수술을 하고 있다.(온종합병원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필수의료 분야의 고질적인 의사 구인난에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수술실을 떠나지 못하는 노의사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로 칠순인 배영태 온종합병원 유방암센터장(70)은 최근 60대 여성의 오른쪽 유방 보형물 재건 수술을 집도했다.

부산대병원 교수 출신으로 '유방암 수술 명의'로 손꼽히는 배영태 교수는 은퇴 후 올해 1월부터 부산 온종합병원 유방암센터에서 다시 메스를 잡고, 진료를 재개했다.

5년 전 정년퇴직한 그는 잠시 쉬려던 자신의 뜻을 굽히고, 외과의사 구인에 목말라하던 울산의 한 중소병원에서 새 출발했지만 뜻하지 않은 투병으로 중단됐고, 가족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병원을 완전히 떠났다.

하지만 필수의료 분야의 고질적인 의사 구인난을 잘 알고 있는 교수출신으로서, 그는 더 이상 의료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새해 부산 온종합병원으로 복귀했다.

유방암 수술과 유방 재건술을 연 300건 이상 성공해 온 배 센터장은 종양절제와 유방 복원을 동시에 시행하는 ‘원스톱 종양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40대 제자와 함께 2시간여에 걸친 콤바인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보다 훨씬 고난도의 유방암 수술을 척척 해낸 그였지만, 칠순의 나이에서 오는 체력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온종합병원 유방암센터 배영태 센터장은 "환자들을 돌보고, 수술실을 드나드는 일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몹시 가슴 뛰게 한다"며 "특히 이 나이에 젊은 제자들과 함께하는 콤바인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스스로에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온종합병원에는 또 한명의 외과의사가 칠순 나이에도 메스를 놓지 못하고 있다. 위장관외과전문의 김동헌 병원장(70)이다.

5년 전 부산대병원 교수로 정년퇴직한 그는 수술실을 완전히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그에게서 수술을 받은 위암환자들이 후속진료나 여러 진료 상담을 위해 끊임없이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온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게 됐다.

그는 최근까지도 3시간 넘는 콤바인수술을 현역처럼 해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김 병원장은 최근 들어 점점 위축돼가는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분야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분야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손꼽아 기대하면서도, 의료계 반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나이 든 외과의사가 수술실을 드나드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며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가 위축된 필수의료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외과나 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재조정과 사법 리스크 해소 등도 동시에 이행돼야만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