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부산서도 형제복지원 피해자 70명 국가 배상 책임 인정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장(오른쪽) 등 피해자들이  재판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4.2.7/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장(오른쪽) 등 피해자들이 재판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4.2.7/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합의11부(전우석 부장판사)는 7일 박모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7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7건(병합 사건 포함)에 대해 국가의 배상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1명당 최소 1250만원에서 최대 7억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정당한 근거 없이 수용됐으며 수용 기한 없이 강금 당해 반인권적 통제 속에서 생활했고 가혹행위,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시설을 조사·감사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와 부산시는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고 측의 손해배상 관련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민법, 국가재정법 또는 구 예산회계법상 10년 또는 5년의 장기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은 2022년 8월이 돼서야 과거사 전문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을 통해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알았고, 그 바탕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니 민법상 3년의 강제 소멸시효 역시 부과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개별적으로는 미성년 입소자의 경우 정서적 발달 및 교육 기회 박탈에 대해, 후유증이 있는 경우 신체, 정신장애 및 원고들의 현재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각각 1억원 한도로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부랑자 선도를 명분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에서 장애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된 사건이다.

사망한 사람들을 암매장 하는 등 수년간 철저히 은폐된 범죄 행위는 1987년 3월22일 시설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마침내 그 실체가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시설이 운영된 10여년간 입소자는 3만8000여명에 달하고,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8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총체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각각 피해자 26명, 16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