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억지로라도 성의 보이기 위해 반성문"

항소심 첫 공판…정신과 치료자료·공탁금 등 감형 시도
할아버지 접견서 "압색 전 방을 치웠어야지" 원망도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 2023.6.2/윤일지 기자 ⓒ News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과외 앱을 통해 일면식 없는 또래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유정(24)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2-3부(김대현 부장판사)는 24일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정유정은 이날 초록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정유정과 검찰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삼았으며, 살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 습득 과정을 거쳐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형의 확정으로 인해 피고인이 가석방될 경우 재범 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정유정은 1심에서 양극성 정동장애 등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어릴적 부모의 이혼, 조부모의 가정 폭력 등 정씨의 불우한 성장 환경은 어느 정도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했다.

항소심에서도 정유정 측은 정신과 치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범행의 본질적인 사안은 아니지만 다만 피고인의 과잉 행동 등에 대해 다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형에 참작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감형을 위해 유족들과의 합의도 시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아버지는 집을 팔아서라도 공탁금을 마련하려고 한다"면서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만큼 유족들에게 연락드리는 것 자체가 또 새로운 피해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정씨가 진지한 태도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구치소 접견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채택했다.

녹취에는 "억지로라도 성의를 보이기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정유정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유정은 할아버지와의 접견 중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하기 전에 방을 치웠어야지"라며 원망하는 듯한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은 다음 공판에서 재생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씨 측 변호인은 "녹음이 되는 게 당연한 접견 상황에서 가족들간 사적인 대화"라며 비공개 재생을 요청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해 5월26일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A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과외앱으로 54명에게 대화를 걸어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이중 혼자 사는 여성인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다음 재판은 증거조사로 2월28일 3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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