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 학대 살해 방조한 친모의 동거녀, 항소심도 징역 20년 중형

1심서 일부 요소 누락…원심 파기·동일형 선고
동거녀 남편, 집행유예형 원심 유지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4살 딸을 학대와 방치 속에서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같이 거주하며 이를 방조한 동거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박준용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 동일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 B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1심에서 일부 방조범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부분이 누락돼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선고한다"면서도 원심의 형량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가 오랜 기간 동안 느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 범행의 잔혹성 및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확정적 고의에 의해 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B씨에 대해서는 "양형조건을 고려했을 때 1심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해 원심을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친모 C씨에게 여러 차례 성매매를 강요해 1억원 이상의 대금을 갈취하고 영아 가을이(가명)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친모 C씨와 '공동체적 생활 관계'를 형성해온 이유로 이들에게도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및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는 가을이가 사망한 당일 새벽 C씨에 의해 심한 폭행을 당해 오전 11시부터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상태가 심각했음에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14시간 가량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가을이는 2022년 12월 14일 어른들의 방치 속에 몸무게 7kg 정도의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로 숨졌다.

1심 재판부는 "친모가 새벽에 성매매를 하러 간 사이 부부는 피해 아동과 같이 지냈기 때문에 아동복지법상 보호자로서의 의무가 인정된다"면서 "사망 당시 피해자의 모습은 그 누구라도 보는 즉시 무언가를 먹이고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심각했음에도 피고인들은 한 집에 살면서 모른 척했다는 점에서 매우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가을이 친모 C씨는 지난해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