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에 업종 변경하겠냐" 구포개시장 폐쇄에도 버텨온 보신탕집
"업종변경·폐업 지원 외 일자리 연계·창업 교육 지원책 마련돼야"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장사를 하면 얼마나 더 한다고, 70살 먹고 업종 변경이 가능하겠습니까."
16일 낮 1시께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 시장 안쪽 골목에 들어가자 '영양탕'이라는 큰 글씨가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만난 이모씨(50대)는 구포시장에서 20년 이상 영양탕 업소를 운영해왔다. 삼계탕, 오리고기 등도 팔고 있지만 이곳의 주력 메뉴이자 인기 메뉴는 단연 개고기 수육과 영양탕, 개소주이다.
하지만 지난 9일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2027년부터 개 식용을 목적으로 한 농장, 유통판매점, 음식점 등의 운영이 전면 금지된다.
이씨는 "2019년 구포개시장이 폐쇄할 당시에도 살아남았는데 이제 정말 끝이다"며 "하루에도 열두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 북구 구포개시장은 대구 칠성 개시장, 경기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이었으나 북구청은 2019년 7월 개 도축업소 18곳과 업무 협약을 체결, 생활안정자금 등 폐업보상을 진행해 개시장을 폐쇄했다.
다만 당시 도축업을 대상으로 보상이 이뤄지면서 주변 보신탕·영양탕 업소 3~4곳은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보신탕 파는 음식점주 대부분 60~70대고, 손님도 60대 이상 노인들뿐이라 그냥 둬도 10년 안에 사라질 사양 산업인데 법으로까지 금지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가게 하나가 자리 잡고 단골손님을 만들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이참에 업종 변경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누군가는 당장 생업을 빼앗긴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구포시장에서 300여m 떨어진 보신탕 업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점심 시간대에도 손님은 5~6명이 전부였다.
보신탕을 주문한 박모씨(80대)는 "이 나이대 늙은이들은 개고기로 병도 털고 기운도 보충했는데 3년 후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니 팔 때 많이 먹어두려고 왔다"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진 걸 알지만 '먹을 자유'는 없는 거냐"고 말했다.
음식점주 김모씨는 "사회적 분위기, 부정적인 시선에도 먹고 살기 위해 꿋꿋하게 버텨왔는데 참 허탈하다"며 "3년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1년 안에 관련 업종은 사라질텐데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을 위해 얼른 지원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자영업자들은 오랜기간 종사한 생업을 접는 만큼 업종변경·폐업에 따른 보상금 외에도 일자리 연계, 창업 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구포개시장에서 35년간 운영해온 보신원을 접고 반려동물 친화사업에 도전한 설무호 대표는 "구포개시장이 폐업하면서 보상을 받고 업종을 변경한 상인들 대부분 60~70대로, 이들이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새롭게 창업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반려동물 목욕업체를 개업했으나 반려동물 특화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지자체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현재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유통·판매업자, 음식점주 등 관련 종사자들의 업종변경·폐업에 따른 대책이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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