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와 함께 사체 담을 가방 쇼핑…보험까지 노려 아내 무참히 살해 [사건의재구성]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처가 도움 재기한 '배은망덕' 40대
1심 사형선고, 2심 무기징역 대법원서 확정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2001년 6월 13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한 찜질방 앞 배수로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뒤 경찰은 용의자로 남편 김모씨(40대)를 붙잡았다. 15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온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씨는 사업을 해오다 부도가 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웠다. 그때마다 처가의 도움을 받아 재기를 했으면서도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결혼생활 동안 자주 바람을 피웠다.
2001년에는 보험설계사인 이모씨와 전셋집을 얻어 두 집 살림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내 지씨는 수시로 외박하는 남편 김씨에게 내연관계를 정리하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김씨의 외도는 멈출 줄 몰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지씨만 없어지면 이씨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내를 피보험자로 해 가입해 둔 10억대 보험금도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돌이키지 못할 선택을 결심했다.
2001년 6월5일. 김씨는 내연관계의 이모씨와 부산 중구 한 가게에서 대형가방을 구입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는 부산 해운대구 자택에서 아내 지씨가 이씨와의 불륜에 대해 심하게 추궁하자 지씨를 수차례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지씨가 우연히 변을 당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미리 구입한 가방에 사체를 옮겨 싣고 다음날 아내가 가끔 다니던 찜질방 근처에 사체를 유기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지씨의 휴대폰에 수시로 전화를 하고, 피해자를 찾는 척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남기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이같은 범행은 사체에서 목이 졸린 흔적을 발견한 경찰이 내연녀 이씨의 집앞 쓰레기통에서 지씨의 혈흔이 묻은 침대커버를 발견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을 실토했다. 결국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를 의부증까지 있는 악처로 매도하면서 자신의 범행이 피해자의 부당한 도발로 인한 우발적인 범행으로 범행 동기나 경위를 호도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사랑한 죄밖에 없는 피해자는 어린 자식들을 남겨둔 채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에 의해 두 손이 묶인 채 원통하게 목숨을 거뒀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자식들은 그들의 어머니가 왜 돌아가셨는지 영문도 모른 채 외가를 전전하는 고아 신세가 됐으며, 딸을 피고인에게 시집보냈던 피해자의 친정부모 등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 앞에 치를 떨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 인정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항소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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