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량 GPS 설치?…인권 침해 vs 운영 효율성 '갈등'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한 지자체가 청소차량에 GPS(위치 파악 시스템) 설치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는 기초 데이터를 수집해 차량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노동자들은 인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8일 부산시,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부산진구는 최근 관내 청소차량 90여대에 GPS 장치 도입안을 검토하고 있다. GPS 정보 수집을 통해 차량의 실제 운행 시간, 운행 거리 등 자료를 수집·축적할 수 있어 관행적으로 배치해오던 차량 소요 대수 등을 합리적으로 산출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로 부산 16개 구군 중 처음 청소차량에 GPS 장치를 도입한 해운대구는 수집한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차량 대수와 인원 배치를 조정해 예산 절감 우수 사례로 감사원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연제구, 북구, 기장군, 사하구, 금정구 등의 일부 위탁업체 청소차량에도 GPS 장치가 부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이동 거리 등으로 원가 계산을 하는데 구역별로 인구의 증감이나 폐기물 수거량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산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작업 환경이나 생활폐기물 배출 물량에 따라 수시로 변화가 있지만 평균적인 작업 시간, 소요 대수 등을 실제와 가까운 과학적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어 GPS 장치를 부착하면 원가 계산에 도입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은 GPS 장치를 '감시용 기기'로 보고 인권 침해와 세금 낭비를 우려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측은 "일부 지자체에서 차량에 GPS를 장착해 노동자들의 위치정보가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고 있다"며 "부산진구청도 GPS 장치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반대 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건을 소지하거나 물건과 함께 이동하면서 위치정보가 동일시되는 경우 실사용자이자 소지자인 노동자 개개인에게 위치정보 수집에 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산진구의 경우 근로자 약 160여명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부산진구는 "합리적인 원가 계산에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거지 다른 의도는 없다"면서 "검토 단계이고, 근로자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구청의 해명에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소차량 GPS 설치 반대를 촉구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은 운전자 포함 3인 1조를 원칙으로 작업하라고 명시하지만 부산시 16개 구군청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 대부분 2인 1조로 일하며 업무 과중,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제때 화장실도 못가고, 식사도 편히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GPS를 부착해 사생활 침해까지 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GPS 설치 반대와 함께 △인력 감축 중단 △환경부 고시에 따른 야간수당 산정 기준 이행 등을 촉구하며 부산시 자원순환과와 면담을 가졌다. 노조 측은 면담 결과에 따라 15일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처리업무는 구청 소관 업무로,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각 구청 담당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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