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금 5억 편취' 레미콘노조 "ILO 기준상 무죄…검찰 우회기소"
간부 7명 기소…檢 "레미콘 사업장 약점 노리고 파업"
혐의 전면 부인한 노조 "처벌 가능 노조법 조항 삭제"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레미콘 제조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벌여 복지기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레미콘 노조 간부들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전면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박주영 부장판사)은 2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간부 7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레미콘 제조회사들로부터 노조 복지기금 명목으로 약 5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복지기금은 레미콘 회사가 노조 분회에 매달 정기급을 주는 기금이다. 다만 사측과 노조 간 복지기금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정당한 기금'이라는 노조의 입장과 달리 사측은 레미콘기사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여서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노조는 그동안 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해 왔다.
레미콘 특성상 당일 생산, 납품이 이뤄져야 사업운영이 가능한데, 검찰은 노조가 이러한 사업 특성을 노리고 복지기금을 명목으로 파업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레미콘 기사들로 하여금 운송을 거부하게 하고 사업장별로 다수의 조합원을 확성기 집회에 동원했다"며 "부산과 경남 일대 레미콘 제조회사의 근로자들 대부분이 민주노총 산하 레미콘지회 소속인데, 피해 회사들이 생산·납품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노동조합법상 자신들의 행위는 위법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우회해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노동조합법 제24조상 노조전임자(노조업무만 맡는 조합원)가 사용자의 급여 지급을 요구하거나 이를 위해 쟁의행위를 벌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년 전 해당 법조항이 삭제되면서 복지기금을 명목으로 노조가 파업 등 압박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측 변호사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따라 2년 전 처벌조항을 삭제했다. 임단협을 통해 노조전임자 임금을 받는 것을 범죄행위로 보면 안 된다는 게 ILO의 뜻"이라며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압박은 일상적인 일이고 사측도 구조조정으로 상호 압박한다. 수사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기소한 것으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용자 단체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 간부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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