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전략' 집중한 정유정 곧 1심 선고…잔혹 범죄에 무기징역 나오나

살인범죄 양형기준 3유형 '비난동기살인'에 해당할 듯
불우한 가정환경·심신미약 등 참작되면 유기징역 가능성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 2023.6.2/윤일지 기자 ⓒ News1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의 1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형량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 범죄의 잔혹성 등을 고려하면 무기징역 가능성이 있지만, 그동안 정유정 측이 재판 내내 집중한 심신미약 등이 일부 참작되면 유기징역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관측이 분분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6일 결심공판에서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이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이고 계획적 범행, 잔혹성, 유족들의 고통 등을 이유로 사회에서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범죄 양형기준은 가장 형량이 낮은 1유형 '참작 동기 살인'부터 2유형 '보통 동기 살인', 3유형 '비난 동기 살인', 4유형 '중대범죄 결합 살인', 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구분된다.

법조계에서는 정유정이 3유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3유형보다 중한 형이 선고되는 5유형의 경우 살인 피해자가 2명 이상이어야 하고, 4유형은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동반한 살인 범죄여야 한다.

재판부는 양형 인자를 결정할 때 가중 요인과 감경 요인을 모두 고려한다.

정유정에게는 3유형인 '비난동기살인'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난동기살인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살인 범죄로 범행 동기에 비난할 사유가 있는 범죄다.

기본 양형이 15~20년이지만, 계획적 범행, 잔혹성, 반성 여부 등 특별가중양형인자가 반영될 시 징역 18년 이상이나 무기징역 이상을 처할 수 있다.

일면식이 없는 데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상을 상대로 한 이상 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인 점도 형량을 높일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범죄심리학전공 교수는 "특정하지 않은 대상을 향해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며 "보편적인 살인 동기로 보이지 않아 일반적인 흉악범죄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 검찰 수사팀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에 대한 인정 여부는 전문가의 과학적 진단뿐만 아니라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태 등에 관한 내용을 종합 검토해 판단되는 것으로 정유정의 주장만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가정 환경, 진지한 반성을 통해 개선 의지가 보이면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정유정은 1심 재판을 받는 동안 총 19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는 정유정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성문 제출 수가 비교적 많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수 자체는 양형 반영에 큰 관련은 없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가정 폭력을 당한 경험과 믿고 있던 부친으로부터 버림받은 점을 강조해 왔고 양극성 장애 등 심신미약인 점도 호소했다.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인데, 재판부에서 일부를 감경 사유로 삼으면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박성배 변호사는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하는 등 범죄의 잔혹성을 보면 무기징역이 선고될 만한 사건이지만 피고인 측에서 사회적 요인을 주장하는 등 감형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유족 탄원서에는 '사건이 일어난지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저에게는 500년 같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고난의 나날이 될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법정 최고형의 엄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유정에 대한 선고기일은 24일 오전 10시 부산법원 35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