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장 “예쁘면 민원 없다”…동료 교사 “비슷한 일 곳곳서 일어나"

교육청은 진상조사 중…전교조 경남지부 “함께 대책 등 논의할 것”

지난 9월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추모제 및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양산=뉴스1) 송보현 기자 =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부터 외모 비하 등 인격 모독에 시달렸다며 고충을 털어놓은 신임 여교사가 교원 단체를 통해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전교조 경남지부 측은 “어제(1일) A교사와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교장은 병가를 내 입장을 들어볼 수 없었다.

김지성 경남전교조 정책실장은 이날 뉴스1에 “A교사(25)는 그간 겪어왔던 일들을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했다”면서 “그 말엔 신뢰성이 있었다. 커뮤니티의 일화는 과장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 A교사가 지난달 31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이전에 경남전교조에 가입한 사실을 전했다. 그는 “신임 교사로 견디기 힘든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고자 문을 두드렸다”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교사는 ‘이번 일을 각종 언론을 통해 정식으로 공론화할 의지도 있다’고 했다”면서도 “자신을 노출하는 일이기에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상담하는 과정 내내 ‘자신과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남도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 조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A교사와 상담을 했다”며 “교장 측의 반론 등은 아직 조사 중이라 세세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학교 교장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장 대신 전화를 건네받은 학교 측 관계자는 “교장은 오늘 병가를 내셨다”며 “언제 돌아오실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정상 출근해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동료 교사들의 심정도 물었다. 경남의 한 교사는 “정확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어렵게 목소리를 낸 교사에게만 집중되고 정작 이후 조사결과 등은 안 밝히는 일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A교사와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일어난다”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 보도에선 ‘갑질’이라고 표현하던데 우리 공무원에겐 해당되는 용어가 아니다”며 오히려 “공무원 행동강령 직권남용의 금지위반이 맞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갑질 사건으로 조사에 착수하면 결과가 나와도 피해자에게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이 과정을 지켜보는 젊은 선생님들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도 사건 해결은커녕 인사 불이익 등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지 우려해 주저하기 일쑤”라고 했다.

한편 A교사는 지난달 31일 교사 커뮤니티에 교내에서 겪은 일들을 올렸다. 학교장은 신규 임용 첫날부터 A교사의 옷차림을 훑어본 뒤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 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어라”거나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며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고도 전했다.

w3t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