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안심 비상벨' 의무화에도 조례 개정 안하는 지자체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율 71%
부산 16개 구군 관련 조례 미개정

부산 해운대구 한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2023.10.24/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가 지난 7월부터 의무화됐지만 부산 16개 구군 중 단 한곳도 관련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벨은 비상 상황 발생 시 해당 시설의 관리자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에 즉시 연결되어 신속한 대응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치된 기계장치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각 구군이 관리하는 공중화장실 543곳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386곳(71%)에 머물렀다. 16개 구군 중 지자체 관리 대상인 공중화장실에 비상벨 설치가 완료된 곳은 중구(2개소), 부산진구(10개소), 해운대구(57개소) 뿐이었다.

특히 16개 구군 중 설치율이 가장 낮은 금정구의 경우 법령이 개정된 2021년 7월 이후 2년간 단 2곳에만 비상벨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현재 설치율(46.9%)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정구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에 비상벨 설치관련 예산을 반영해 미설치 17곳에 비상벨 등 안전관리 시설을 우선 설치할 예정"이라며 "관련 조례 개정 역시 내년 초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7조 4항이 올해 7월 21일부터 시행되면 각 지자체장은 공중화장실 등에 비상벨 등 안전관리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간이화장실 등 의무 설치 범위 역시 조례로 정해야 한다.

이처럼 각 지자체에 공중화장실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위임됐음에도 부산지역 16개 구군은 여전히 관련 조례를 개정하지 않아 설치 대상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지자체 관계자는 "부산에만 공중화장실이 2181개(지난해 기준)나 있다. 하지만 이중 출동하기 어려운 곳, 전기 시설이 닿지 않는 곳은 현실적으로 비상벨 설치가 쉽지 않아 조례 개정 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산문제도 있지만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 0.5~1명이 본연의 전담 업무도 아닌 부수적 업무로 수행하고 있어 집중도 측면에서 늦어지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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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정책이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설치 가능 여부가 아닌 범죄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혁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상벨 설치는 이용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범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범죄 외에 노인 낙상 사고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몰카, 신당역 스토킹 범죄 등 여러 사건들로 다중이용 화장실이 범죄 취약지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개방화장실, 간이화장실 등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전지대 확대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조례 개정 기준을 제시한 표준안을 마련, 각 지자체에 관련 조례 개정을 독려했으나 성과는 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안은 지자체 관리하는 개방화장실, 공공기관 개방화장실, 법인 소유의 공중화장실 등에 우선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간이화장실를 중심으로 아직 설치가 미흡한 상태"라면서 "신규사업은 아예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내년도 지자체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예산 지원은 어렵지만 권고를 통해 꾸준히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률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모든 공중화장실이 대상이었으나 지방 재정의 열악함과 여러 의견을 고려해서 지자체에서 정하도록 했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해당 지단체가 경찰과 협업을 통해서 범죄가 발생된 곳이나 유흥주점 밀집 지역 등 우려 지역을 고려해 설치 대상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위법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조례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사고 발생 시 지자체에 책임 소지가 커질 수 있다"며 "조속히 조례 개정과 비상벨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차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