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략?" 핼러윈 앞두고 고심 깊은 상인들…'조용한' 부산 번화가

코로나 때도 붐빈 부산 서면…상인들 "민감한 상황에 파티 등 생략"
파티룸·클럽도 비슷한 분위기…"상황에 따라 내년엔 마케팅 할수도"

지난 2020년 11월1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가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가득찼다. 2020.11.01/뉴스1 ⓒ News1 DB

(부산=뉴스1) 노경민 권영지 조아서 기자 = 지난해 핼러윈데이 때 사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상인들은 대체로 핼러윈데이 준비에 조심스러움이 앞서는 분위기다.

24일 뉴스1 부산·경남본부 취재를 종합하면 매년 핼러윈데이 때만 되면 호박 모양의 전시용품과 조명 등으로 핼러윈 분위기를 내던 파티룸, 클럽 상당수는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조명 설치나 행사 등을 축소하거나 생략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밤 부산의 대표 번화가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는 핼러윈 분위기를 내거나 준비 중인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재진이 30분 정도 서면 일대를 돌아다녀 봤지만, 입구에 호박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고깃집 1곳을 제외하고는 핼러윈 용품이 설치된 가게는 없었다.

서면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던 2020~2021년에도 길거리마다 영화·애니메이션 코스프레 등 핼러윈객, 유튜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종 핼러윈 용품을 설치해 젊은 손님들로 붐비던 한 바(BAR)도 올해는 용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게 직원 A씨는 "민감한 상황이다 보니 조심스러워 올해는 생략하기로 했다"며 "아직 핼러윈데이 일주일 전이라 상인들 사이에서도 할지 안 할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구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B씨는 "매년 핼러윈을 기념해 파티룸을 으스스한 분위기로 꾸몄다"면서도 "올해는 핼러윈 테마로 꾸미지 않고 넘어갈 계획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클럽도 코스프레 등 핼러윈 이벤트를 대체로 준비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클럽에선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직까지 핼러윈파티를 열지 고민을 거듭하는 곳도 있었다.

서면 클럽 관계자 C씨는 "작년 이태원 참사 때문에 올해는 파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태원 클럽에도 따로 연락을 해보니 작년 사건 때문에 축소한다는 분위기라더라"고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9일 앞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3.10.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유통업계에서도 일부 대형상점에 핼러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마케팅은 삼가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도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라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내년에는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참사 1주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가게도 일부 있었다. 부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D씨는 "손님맞이에 이태원 참사랑 크게 무관해서 스티커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이태원 참사 이전부터 이미 부산 번화가에 핼러윈 마케팅이 잠잠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면1번가번영회 관계자는 "핼러윈 파티 축소에 이태원 참사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무엇보다 불경기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 및 희생자가 다녔던 대학교 등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불꽃축제'가 다음달 4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6300여명의 안전관리 요원이 배치된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