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때문에 설치된 '안전 부스'…철거 직전 주민들이 지켜냈다
부산 영도구 해돋이마을 안전지킴이존…무관심 속 방치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80% "유지하자"…리모데링 등 추진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자체 등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온 부산 안전지킴이부스(뉴스1 9월2일 보도)가 주민들의 희망으로 철거 위기를 이겨내고 앞으로도 마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부산 영도구는 184세대의 주민 265명이 살고 있는 영도구 해돋이마을 일대 주민들에게 안전부스 철거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스 등 시설을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안전부스는 2010년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부산의 일부 우범지역에 셉테드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부산에는 해돋이마을 2개 외에도 동구 수정동, 금정구 회동동, 사상구 덕포동 등에 설치됐다.
이 부스는 한 범죄 예능 프로그램에서 범죄예방 환경 정비와 관련해 우수 사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임 소재 문제, 관리 소홀 등으로 대다수가 철거되거나 지자체 등의 무관심에 방치돼 왔다.
안전지킴이부스는 범죄자로부터 쫓기고 있을 때 부스 안으로 들어가 피신할 수 있는 시설물이다. 안에서만 문이 열리고 밖에선 열리지 않는 구조다. 부스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주변에 사이렌이 울리고 112에 자동 신고된다.
그러나 해돋이마을 부스 2개 모두 오랫동안 문이 닫힌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원래라면 위험에 처한 피해자가 즉각 피신할 수 있도록 문이 열린 상태로 있어야 한다.
함께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먹통 상태다. 부스 출입문에 적힌 '24시간 CCTV 녹화 중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해질 정도다. 지자체에선 시설 고장 여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구는 취재가 시작되자 안전부스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관리 비용 등 문제로 유지보다는 철거 쪽에 무게가 기울었지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약 80%가 '시설 유지'를 선택해 부스를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
구는 부스 리모델링, CCTV 수리 등 시설물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치를 주선했던 법무부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구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가 진행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정비 방법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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