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암환자가 서울까지 '원정치료'?…필수·지역의료 공백 메우려면

"의사 수 문제와 함께 어느 과로 의사 분배할 것인지 문제도 커"
"필수과 의사 확보 않으면 상급종합병원 안 해 주는 방안 도입도"

붐비는 소아과 병동 대기공간. / 뉴스1 ⓒ News1

(부산=뉴스1) 권영지 조아서 기자 = #유방암 3기 환자인 A씨(56·여)는 경남 창원에 살지만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오는 12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실력 있는 의사와 고급 치료·수술 장비는 서울에 많으니 서울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의사 지인의 조언을 받고 내린 결정이다. B씨는 당장 치료 받을 수 있는 서울 소재 병원을 찾아 봤지만, 2~3개월은 대기를 해야 한다는 병원 안내를 받고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서울의 다른 병원으로 옮기니 그 자리에 B씨를 넣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겨우 환자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4살 아들을 키우는 B씨는 지난 추석연휴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새벽부터 열이 나는 아이를 달래다 이른 아침 소아과를 찾았지만 대기번호는 74번. B씨는 오후에도 진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급히 다른 지역 소아과를 찾아 나섰다. B씨는 "최근 동네에 폐업하는 소아과는 봤어도 개업하는 곳은 못봤다"면서 "소아과 폐업을 저출산과 연결 짓는데 그렇다면 학원은 왜 자꾸 늘어나는 거냐"며 푸념했다.

정부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은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의사 C씨는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의료과 인원은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면서 "특히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저출산으로 인해 해당 과의 의사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사 D씨는 "필수의료과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수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니다. 지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면서 "필수의료과가 기피과가 된 원인인 낮은 의료수가, 잦은 의료분쟁 등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부산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사를 제외한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의사 수의 문제도 있지만 어느 과로 의사를 분배할 것인지의 문제가 더 크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의사들이 필수의료과와 지방근무 등을 기피하는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일부 맞지만, 의대정원 확대 자체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미 의사가 충분하니 증원 자체가 필요 없다는 건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모습과 다르다"며 "왜 레지던트들이 16시간씩 잠을 못 자고 일을 하며, 수술실에서는 의사가 아닌 PA간호사가 수술을 대신하고 있겠냐"고 되물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고 싶은 의사들이 까다로운 과로 가지 않는다. 서울 쏠림현상도 마찬가지"라면서 "필수의료과나 지방에서 근무할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남 국장은 정부가 19일 지방 국립대병원을 거점으로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필수의료 수가와 지역인재 선발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필수의료과 공백을 채우기 위해선 더 강한 정부 방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인증을 할 때 필수과 의사를 확보하고 진료과를 운영하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증을 해주지 않는 방안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병원 수가를 더 받게 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로비도 하고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척 애쓴다"면서 "이 같은 안을 정부가 현재 추진하려는 방안과 함께 패키지로 추진하게 되면 훨씬 실효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국 17개 국립대병원 의사 정원과 인건비 등에 대한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수가와 연구비 등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립대병원이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견할만한 우수한 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과 교수 정원을 늘리고 총 인건비나 정원 관리 등 공공기관으로서 적용됐던 각종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0z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