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논란 부산시 산하기관이 모범 기관?…'가족친화인증' 실효성 있나

기준 미달 기관에 번번이 개선 권고만
가족친화 미인증 기관에도 인증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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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손연우 조아서 기자 = 성비위 문제가 불거진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기준 미달에도 불구하고 가족친화 모범 기관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인증 기관과의 차별화와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 정책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가족친화인증제는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직장문화조성 등 가족친화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해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심사를 통해 인증하고 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충족요건인 법규 요구사항으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방지법 등을 준수해야 하며 최근 2년 내 기업이나 대표의 부도덕한 행위에 의한 물의나 언론보도, 민원·소송 제기 등 사회적 물의가 없어야 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내 가족친화인증 기관·기업은 공공기관 67곳, 대기업 17곳, 중소기업 232곳 등 총 316곳이다. 이 중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등 논란을 일으켰던 기관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경우 수년째 직장 내 갑질과 성비위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지만 2015년 최초 인증 이후 현재까지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갑질과 성희롱 논란으로 기관장이 해임된 부산시설공단도 2012년 최초 인증을 받은 뒤 유효기간 연장과 재인증을 거쳐 11년간 인증 현판을 내걸고 있다.

가족친화인증 기관·기업에는 경영평가 시 가점을 받거나 대출금리 우대, 일부 문화 시설 입장료 할인 등 수백여가지의 인센티브(혜택)가 주어진다.

부산시는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경영평가에 가점 0.5점, 기업에는 일부 사업 지원 시 가점을 부여하고 부산신용보증재단의 보증료 감면, 부산은행의 대출금리 우대, 현판 제작 지원 등 100여개의 혜택을 제공한다. 인증 기관·기업들은 인재 채용,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가족친화인증을 홍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여가부는 논란이 발생한 기관에 대해 법률 위반, 기준 미달 시 해당 기관에 대해 인증을 취소할 수 있지만 번번이 개선 권고에 그치고 있다.

가족친화인증 현판.(부산시청 제공)

이와 함께 부산시가 가족친화인증을 대외에 알리는 현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판이 회수되지 않고 현판에 인증 기간 등이 기재되지 않아 인증 만료 기관들이 계속해서 현판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2019년부터 인센티브 차원에서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한 기관에 현판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후 현판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산에서 인증 심사 미참여, 탈락 등의 사유로 재인증되지 않은 기관·기업은 12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증 현판을 시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인증 기관과 미인증 기관의 차별화를 통해서 시민, 근로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인증기간이 만료된 기관·기업에 현판 수거·회수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관리 부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증 기간이 명시되지도 않은 현판이 미인증 기관·기업에 남아 있어 시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제도의 취지 자체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인증 기업은 시에서 관리되고 인증 여부를 속일 수 없기 때문에 회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현판을 지원한 기관에 찾아가 정기적으로 현판을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관리할 수 있도록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에 대해 법률 위반 사안 확인 시 다른 평가 지표 점수를 따지지 않고 최종위원회에서 취소 결정할 수 있으나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선의 의지를 보이면 권고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현판 관리와 관련해서 그는 "인증이 만료되거나 취소된 기관·기업에서 현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올해 심사를 거쳐 선정되는 기관·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에는 현판이 아닌 인증기간을 명시한 인증패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인센티브 내용을 변경 요청하는 등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aseo@news1.kr